조동성 인천대 총장 "하나뿐인 바이오 특화대학으로"
국내 유일 바이오특화대학 향해 혁신…산학연 협력 실험
(인천=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인천대를 1등 대학이나 더 좋은 대학이 아닌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유일한, 차별화한 대학으로 만들 것입니다. 싱가포르 국립대를 벤치마킹해 서울대에 필적하는 세계적 대학으로 키울 것입니다."
창의적 경영 비전과 혁신적 콘셉트로 교육계에 끊임없이 화두를 던지는 조동성 인천대 총장이 이달로 취임 1년을 맞았다.
조 총장은 1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바이오 특화대학 비전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인천대가 64개 전체 학과에서 다른 대학을 앞설 수는 없겠지만, 바이오 등 몇몇 분야에 집중해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인천대를 바이오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운 그는 최근 미국 UC버클리대 김성호 명예교수 등 5명의 해외 석학을 영입, 목표를 향해 본격 시동을 걸었다.
김 교수는 1988년 암 유발 유전자인 라스(Ras) 구조를 밝혀냈고 세계 최초로 암호화된 유전체(게놈) 정보를 번역해 호암상을 받았다.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한국계 과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김 교수 외에도 유전체 연구 권위자인 한국계 미국인 이민섭 박사와 '국경없는의사회' 대표를 지낸 우니 카루나카라 예일대 연구교수 등이 초빙돼 질병 예측과 신약 개발, 치료 등 분야에 적용할 기술 연구를 수행한다.
인천대는 가을학기 이전에 국내외 바이오 관련 전공교수 20여 명을 더 충원할 계획이다. 국내 최대 바이오 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는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유한킴벌리 등 20여 개 기업과 오는 9월부터 매트릭스 칼리지 교과 과정을 공동 운영키로 했다.
매트릭스 칼리지 개념은 조 총장이 특히 역점을 두는 산학 협력 모델이다. 학교가 갖고 있던 교육과정 편성 권한을 기업이나 기관에 넘기는 것이다.
기업체가 대학에 와서 원하는 과목을 설계하고, 학생들은 가고 싶은 기업이 짠 교과를 선택한다. 기업이 원하는 대로 교육 프로그램을 짜고, 원하는 학생들을 원하는 방식으로 교육한 뒤 심사를 거쳐 데려가는 개념이다. 대학은 일종의 플랫폼인 셈이다.
조 총장은 바이오 연구중심대학이 성공하려면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산업이 함께 가야 한다는 지론을 편다. 그런 점에서 바이오 중심지 송도와 인접한 인천대는 국내 최고 여건을 갖고 있다.
그는 대학이 결코 사양 산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대학 교육이 20∼30대에 끝난다는 인식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인천대 제물포 캠퍼스에 40∼60대의 재취업과 창업교육을 돕는 트라이버시티(Tri-versity)를 설립하겠다고 했다. 트라이버시티는 균형감각과 통합적 사고, 창업에 필요한 능력을 철저히 가르치는 정규 대학으로, 정식 학위도 수여한다.
인천대는 국립대 법인으로 내년부터 국고 지원을 받는다. 조 총장은 인천대의 재산 가치가 3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인천시가 인천대를 지원하는데 쏟은 10년의 세월과 3조원의 재산을 정부에 무상으로 주는 것이라는 논리다. 정부와 대립하지 않고 정부가 원하는 것을 100% 수행하는 실험대학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조 총장의 개혁 실험은 캠퍼스 도처에서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취임 직후 총장실을 기존의 3분의 1로 축소하고, 6개 처장실도 없애 하나로 합쳤다. 직원들에게 두 개 부서 겸임을 권하고, 최근에는 결재 서류에 영어를 병기하도록 했다.
당연히 직원들의 불만과 반발이 따랐지만, 조 총장은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실험이 성공하면 교수들에게도 2개 부서 겸임 발령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학생도 복수전공을 하는 시대에 교수라고 평생 한가지 전공만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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