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기업' 금호타이어 사태 장기화…"청·정부서 관심 가져야"
文대통령 "단순히 금액 문제 아냐…호남 경제 지켜야" 발언 주목
(광주=연합뉴스) 전승현 기자 = 호남을 연고로 한 금호타이어 매각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그룹 간 매각 조건과 자격 다툼에 이어 최근에는 경영 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면서 금호타이어 문제의 실타래가 좀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경제계와 금호타이어 종사자 등은 금호타이어 향배를 좀체 가늠할 수 없는 등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불공정 매각을 중단해야 한다"(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는 등 지역 국회의원들이 금호타이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보이지만, 장관 임명,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 추경예산 처리 등을 둘러싼 정국 경색으로 정치권의 역량을 결집하기에는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관치(官治) 금융' 차원이 아닌 '갈등 조정자'로서 청와대 정책실과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 등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금호타이어 매각은 단순히 금액만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호남 경제도 지켜야 한다. 쌍용자동차의 고통과 슬픔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대목을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광주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꾸준히 (금호타이어 문제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한 금호타이어 노조와 간담회 자리에서는 "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금호타이어 내용을 문자 그대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경제계 한 인사는 13일 "금호타이어 문제는 경제 논리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문 대통령 말처럼 호남 경제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며 "전남지사를 역임한 이낙연 국무총리도 금호타이어가 광주·전남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잘 아는 만큼 청와대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직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절박하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곡성공장 일반직 및 현장관리자 750여 명은 12일 경영정상화를 위한 간담회를 하고 "해외 부실 매각이 점점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소중한 일터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내부구성원과 지역 정서에 반하는 매각을 중단하고 금호타이어 스스로 경쟁력을 회복할 기회 보장을 요구했다.
광주공장 현장관리자 A(54)씨는 "금호타이어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하며 지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를 보며 항상 뿌듯했는데 채권단의 해외 부실 매각으로 전 임직원들이 큰 분노와 걱정에 빠져 있다"며 "채권단은 회사와 지역경제를 망치는 해외 부실 매각을 즉시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곡성공장 일반직원 B(40)씨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과 곡성공장은 호남을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향토기업이자 직원과 가족에게는 소중한 일터"라며 "사원들은 채권단의 부당한 해외 매각을 결사반대하며,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를 지켜주고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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