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도 최순호도 '최고'라는 양동현, 신태용도 선택할까
태극마크엔 유독 '불운'…"움직임 적다"며 슈틸리케 체제서도 외면
이미 '개인 시즌 최다 골' 돌파로 득점 1위 질주…발탁 여부 관심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어디서든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다. 놀라울 정도다."(최순호 포항 스틸러스 감독)
"현재 공격수 중 '톱'이라고 본다. 우리 팀에도 경계 대상이다."(황선홍 FC서울 감독)
선수 시절 국가대표팀 간판 공격수 계보를 이어온 두 지도자가 한목소리로 칭찬하는 이 선수. 올해 K리그에서 가장 '핫한' 공격수인 양동현(31·포항)이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13골을 터뜨려 득점 부문 단독 선두를 달리는 그는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갈림길에 선 국가대표팀의 공격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선수 '1순위'로 꼽힌다. 13골은 지난 시즌 남긴 그의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과 이미 어깨를 나란히 한다.
어린 시절부터 유망주 소리를 들은 그였지만, 유독 대표팀과는 인연이 없었다. A매치 출전은 2경기뿐이다.
K리그에서 맹활약하며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월드컵 최종예선 대표팀 승선이 예상됐으나 "문전에서 움직임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다. '돌파와 유기적인 패스'를 강조하는 전술에 맞지 않는다는 거였다.
국가대표 공격수 출신으로 프로에서 양동현을 지도한 최순호·황선홍 감독은 양동현이 '움직임'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 선수라고 입을 모았다.
최순호 감독은 "표현을 하다 보니 '움직임이 없다'는 말이 나올 때가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양동현은 안 뛰는 선수가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스트라이커에게 전방에서 수비 가담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양동현에겐 '할 만큼만 하라'는 게 최 감독의 지론이다. 공격수는 득점 확률이 높은 위치에서 '효율적으로' 움직이면서 기회를 기다리고, 결국엔 골을 넣는 게 최고의 역할이라는 거다.
최 감독은 "양동현이 처음엔 이런 움직임에 어색해했지만, 점차 잘 따라오고 적응했다"면서 "위치 선정이 좋고 슈팅과 정확도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영리해서 수비 유인도 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도 얼마든지 득점이 가능할 것"이라며 '홍보'도 잊지 않았다.
2009∼2010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양동현과 한솥밥을 먹은 황선홍 감독도 "문전에서의 활동량은 비슷하지만, 순간적인 움직임과 타이밍이 특히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12일 신태용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맞선 양동현은 골을 터뜨리지는 못했다. 서울의 공세에 포항이 다소 수비 중심 경기를 펼쳐 날카로움을 발휘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신 감독은 양동현 등 공격수 후보들에 대한 질문에 "선수 개인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A매치 경력이 많지 않더라도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도 발탁 가능성이 물론 있다.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을 이길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선수들을 뽑아서 '원팀'을 만들겠다"고 밝힌 점은 양동현에게도 '기회'를 암시한다.
잠시 득점포를 쉬어간 양동현은 안방으로 돌아가 15일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14호 골을 노린다.
다음 달 하순 신태용 감독 체제의 첫 대표팀 발표가 유력한 가운데 K리거 '조기 소집'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이제 양동현이 신 감독에게 자신의 장점을 어필할 시간은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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