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법원 '인권유린' 후지모리 전 대통령 석방 요청 항소 기각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페루 고등법원이 수감 중인 알베르토 후지모리(78) 전 대통령을 석방해달라는 가족들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엘 코메르시오 등 현지언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등법원은 전날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기각 사실을 공개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 가족들의 변호인인 리스 라모스는 판결 직후 "헌법재판소 상고를 준비할 것"이라면서 "후지모리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가족들이 헌법재판소에 상고할 수 있지만, 법을 통해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풀려날 가능성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후지모리는 1990∼2000년 재임 시절 자행한 학살과 납치, 횡령 등 혐의로 사법당국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모국이나 다름없는 일본으로 도피했다가 체포돼 2007년 페루로 강제 송환이 됐다.
그는 2009년에 반(反)인권 범죄와 횡령 등이 인정돼 25년형을 선고받고 지금까지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최근 수년 사이 심장 질환을 비롯해 허리 통증, 위 질병, 설암 수술, 고혈압 등을 이유로 병원을 들락날락하고 있다.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 직후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사면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후지모리처럼 건강이 악화한 고령의 수감자들이 가택연금을 통해 형기를 마치는 법안이 입법된다면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후지모리의 장녀인 게이코 후지모리가 이끄는 민중권력당은 관련 입법을 추진해왔다. 지난달 75세 이상의 늙은 재소자를 가택 연금할 수 있는 근거가 포함된 법안이 발의됐지만, 진척이 없는 상태다.
민중권력당이 의회의 다수당으로서 사사건건 정부의 각종 정책의 발목을 잡자 쿠친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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