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스캔들 확산에 트럼프는 '격노', 백악관은 '망연자실'(종합)
서로 '네 탓' 공방도…가족 3인방은 비서실장 교체 요구
전 美당국자 "러, 2015년 중반부터 미 대선개입 논의"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까지 얽힌 '러시아 스캔들'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이에 대처하는 백악관도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처음에는 관련 의혹을 '허튼소리'라며 무시로 일관했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면서 내부에서는 무력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 변호인들 사이의 불협화음도 나오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주니어의 등판으로 러시아 스캔들의 폭발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백악관 참모들이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직원들은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싸우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끊이지 않는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에 격노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한 참모는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까지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데, 참모진 중 누구도 그 회동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말했고, 다른 참모는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는데 '가짜뉴스'라고 대응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털어놨다.
러시아 스캔들에 이슈가 함몰되면서 직원들의 사기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백악관 한 관계자는 특히 건강보험개혁, 세제 개편 등의 정책 주도권을 잃을까 봐 걱정하는 직원들의 의견을 전했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 변호인단이 적이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형국이라고 보도했다.
언론의 부정적 보도가 이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변호인인 마크 카소위츠 변호사의 '무대응' 전략에 환멸을 키워왔다는 것이다.
불만은 카소위츠 변호사 측도 마찬가지다. 변호인단 역시 대통령에게 매우 실망했으며, 카소위츠 변호사는 핵심업무에서 배제된 동안 쿠슈너 선임고문이 트럼프 대통령 곁에 붙어서 접근을 차단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다.
카소위츠 변호사는 동료들에게 이러한 방식으로는 일을 계속할 수 없다고 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그의 사임설도 제기되고 있다.
연일 제기되는 언론 보도를 두고 대응방식, 내부 제보자 등에 대한 논쟁도 격렬해지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와 러시아 측 인사 회동에 관해 NYT가 트럼프 대통령 측에 접촉한 것은 지난 8일. 참모진들 사이에선 '완전히 다 털어놓자'는 쪽과 트럼프 주니어가 분명하게 부인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갈렸다고 한다.
그리고 트럼프 주니어가 내놓은 반응은 '아동 입양'에 대해 러시아로부터 도움을 받으려 했다는 해명이었다. 카소위츠 변호사는 이 논의에서도 배제됐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주니어의 이메일 등 구체적인 정보가 언론 보도를 타면서 백악관 참모진 사이에서는 정보 유출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누가 정보를 유출했는지, 또 그런 동기를 가졌는지를 캐기 위해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누가 유출했는지에 대한 두려움, 불안 같은 것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백악관 내부의 정보가 언론에 끊임없이 유출되는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 가족 3인방이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의 교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 고위 관리 2명과 백악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를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한 친구는 WP에 "백악관은 대통령 아들에 관한 이야기가 밖으로 흘러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며 "그 모임은 중요하지 않은 모임이었는데 언론이 적의를 드러내자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3인방 측 인사들은 WP 보도를 부인했다.
멜라니아 여사의 대변인인 스테파니 그리샴은 WP에 "물론 퍼스트레이디가 남편 행정부의 정보유출을 우려하지만 모든 미국인도 그럴 것"이라며 "그녀가 많은 일에 대해 조언하고 견해를 내지만 웨스트윙 직원들에 대해서는 의견을 피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악관 부대변인인 린제이 월터는 "WP의 소식통들은 라인스 비서실장에 관해 지속해서 틀린 정보를 제공해왔으며 오늘도 여전히 틀렸다"고 WP 보도를 일축했다.
WP는 로버트 뮬러 특검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강화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프리버스 비서실장을 비롯한 백악관 고위 참모들의 교체를 꺼리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편 미 방송 CBS는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말 미 대선이 치러지기 한참 전, 즉 2015년 중반부터 미 대선 개입 문제를 논의해왔다고 정보기관 사정을 잘 아는 전 미 당국자를 인용, 보도했다.
이 전 당국자에 따르면 러시아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 출마를 예상했다. 2015년 트럼프 대통령도 잠재적 후보로 거론됐으며 러시아는 이듬해 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유세를 돕는 방안을 논의해왔다고 그는 주장했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