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잇단 성추문에도 외교부 대책은 '감감'
외교부 "감찰담당관실 신설 추진"…TF 혁신안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최근 재외공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의 '성추문'이 잇따라 발생해 이를 근절하는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외교부는 에티오피아 주재 외교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현지 대사관 여직원(계약직)의 신고를 접수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의 진상 조사에 따라 이번 사건의 전모가 곧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강경화 장관 취임 이후 조직·인사 혁신을 추진하며 최근 '혁신 TF'까지 출범시킨 상황에서 이런 사건이 재발하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칠레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며 공공외교를 담당한 박모 참사관이 현지인 10대 여학생을 성추행해 큰 파문이 일었다. 이 사건으로 박 참사관은 지난해 12월 말 파면됐다.
이어 중동 지역에 주재하는 한 현직 대사가 대사관 직원을 성희롱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감봉 처분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칠레 사건에 대해 "상상할 수 없는 불미스러운 행위가 저질러진 데 대해 외교부 장관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분명하고 확실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다짐을 드린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해외에 '국가대표'로 주재하는 외교관의 일탈은 국격 훼손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예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에 따라 외교부는 올해 초 재외공관 복무기강 확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책 마련에 고심해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감사관실 아래 감찰담당관실(가칭) 신설을 추진 중"이라며 "이런(에티오피아)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하는 것과 아울러 초동 대응을 적기에 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외에도 복무기강 확립을 위한 순회교육이나 감사 빈도를 높인다거나 하는 등의 복안을 혁신 TF에서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외교관 복무기강 사태가 심각한데도 대책 마련에 느슨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칠레 사건 발생으로부터 7개월 가까이 지났는데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동안) 리더십 교체, 대선 국면이었던 상황이었고 조직이나 예산 확대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실무적 협의는 계속하고 있었고 (올해 초 만든) TF에서 생각한 내용 대부분이 지금 꾸려진 혁신 TF에 고스란히 가서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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