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닳고, 들뜨고' 너덜거리는 고양종합운동장 육상 트랙

입력 2017-07-13 06:30
'닳고, 들뜨고' 너덜거리는 고양종합운동장 육상 트랙

(고양=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경기도 고양시가 2003년 일산서구 대화동에 조성한 고양종합운동장 내 트랙이 내구연한이 지나 육상선수들이 부상위험을 안은 채 훈련하고 있다.

13일 고양시에 따르면 시는 2003년 대화동에 종합운동장을 준공하면서 '기록의 산실' '마법의 양탄자'로 불리는 길이 400m짜리(8개 레인) 이탈리아 몬도사의 '몬도트랙'을 설치했다. 종합운동장 뒤 보조경기장에도 같은 규모의 트랙이 있다.

고양시는 당시 세계 육상대회와 전국체전 등을 유치하기 위해 20억원이나 드는 트랙을 조성했다.

당시 고양종합운동장은 국제육상연맹(IAAF)으로부터 국제공인 1등급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시는 세계대회는커녕 전국체전 1회, 경기도민체전과 국내 작은 대회 10여 차례, 지역 행사만 대거 유치했을 뿐이다.

보통 육상 트랙의 내구연한은 10년으로 고양종합운동장 트랙의 사용 연한은 2013년 이미 지나 낡을 대로 낡았다.

현재 트랙 대부분이 마모가 심하거나 고무가 뒤틀려 지역 초중고 및 직장경기부 선수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한 선수는 "스파이크를 신고 연습을 하면 스파이크가 고무바닥을 뚫고 콘크리트 바닥에 닿는 소리가 날 정도"라며 "발목과 무릎에 부상위험이 크지만 마땅한 훈련 장소가 없어 운동화를 신고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지난달 종합운동장에서 연습을 마치고 온 아들이 콘크리트 길을 뛴 것처럼 '무릎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면서 "그 뒤 학교에 얘기해 아이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다른 구장에서 연습하도록 건의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종합운동장을 관리하는 고양도시관리공사는 연습 때는 부득이 런닝화를 신고 연습할 것을 권하고 있다.

기록경기가 열릴 때만 스파이크를 착용하게 하는 임시방편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양시와 고양도시관리공사는 트랙 노후화로 인한 문제로 지난해 초부터 머리를 맞대고 고민 중이다.

트랙 교체에 드는 비용이 30억원에 달해 자체 예산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선수들의 부상을 막기 위해 당장 내년도 국비 예산 확보를 위해 정부와 지역구 국회의원 등을 열심히 찾고 있다"면서 "한 번에 트랙 교체 예산을 확보하면 좋겠지만, 절반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n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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