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보균자 75% "자신에게 화나"…"'낙인의 내면화' 우려"
10명 중 4명은 "감염 때문에 가족·친구와 관계 단절"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한국인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보균자 4명 중 3명은 최근 1년 사이 죄책감을 느끼거나 스스로 책망하는 등 '낙인의 내면화'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플러스(KNP+)는 지난해 3∼6월 HIV 보균자 104명을 대상으로 'HIV 낙인 지표 조사'를 벌인 결과 75%가 최근 1년 사이 자신에게 화가 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12일 밝혔다.
최근 1년간 '자신에게 죄가 있다고 느꼈다'(64.4%), '자존감이 낮다'(59.6%), '자신이 부끄럽다'(51%)고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이 50%를 넘겼고 '자살하고 싶었다'는 응답도 36.5%나 됐다.
부정적인 감정을 최근 1년간 느끼지 않았다는 답변은 13.5%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자의 39.4%는 HIV 감염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와 관계를 단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목회 등 사회적인 모임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는 응답은 37.5%였다.
파트너나 가족에게 감염을 알린 사람은 67%,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공개한 비율은 60.5%로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직장·동료에 감염 사실을 밝힌 사람은 31.5%에 그쳤다.
조사 대상자의 25.5%는 최근 1년 사이 자신이 주변의 가십거리가 된 적이 있다고, 13.5%는 모욕이나 희롱 대상이 된 적이 있다고 각각 털어놨다.
HIV 감염인들은 감염 사실이 본인 동의 없이 알려진 적이 있다고도 말했다.
응답자의 19.2%는 자신의 의료기록에 대한 보안이 유지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고 답했고, 53.8%는 보안이 유지되는지 여부를 모른다고 답했다. 보안이 유지된다고 확신한 응답자는 26.9%뿐이었다.
의사·간호사 등 의료 종사자가 자신의 HIV 감염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말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52.9%나 됐다.
자신도 모르게 HIV 감염 여부 검사가 이뤄졌다는 응답자가 61.5%, 강제 검사가 이뤄졌다는 응답이 2%로 집계되는 등 감염 여부 검사가 당사자 동의 없이 이뤄지는 일도 많았다.
KNP+는 "'낙인의 내면화'는 감염인의 사회 적응을 막고 소외를 심화한다"며 "정부와 의료계·HIV기구는 낙인의 내면화를 심각한 보건·사회적 위험으로 간주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국가적 합동전략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7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조사 결과 발표회를 연다.
comm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