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찰 고마워요" 주한 세네갈 대사의 감사 인사
경찰, 작업중 유리에 깔려 중태 빠진 세네갈 청년 도와
(고양=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세네갈 출신의 30대 청년이 국내 유리제조업체에서 불법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유리 더미에 깔려 중태에 빠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불법 근로에서 발생한 사고이지만, 이역만리의 타국에서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 외국인을 돕기 위해 관계기관이 나서면서 주한세네갈대사가 직접 우리 경찰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12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8시 45분께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유리제조업체에서 세네갈 국적의 A(32)씨가 작업 중 유리 더미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의식을 잃은 A씨는 119구조대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병원으로 옮겼지만,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주일이 넘은 12일 현재 일산의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문제는 A씨의 신분과 치료비였다.
A씨는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 참가한 세네갈 대표팀의 서포터즈 자격으로 90일짜리 관광비자를 통해 지난 5월 우리나라에 입국했다.
비자 만료 기한은 오는 8월로 불법 체류자 신분은 아니었지만, 관광비자로 영리활동을 하면 안 되는데 불법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다.
고국에서는 열심히 일해도 한 달에 십여만원 벌지 못했지만, 한국에서는 기피 업종의 매우 영세한 업체라고 하더라도 그보다는 훨씬 많이 벌 수 있기에 불법 아르바이트의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던 중 A씨는 사고를 당했다. 그러나 외국인 아르바이트생 신분이기에 4대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았고 아무런 보험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
사건처리를 위해 조사하던 경찰은 A씨의 안타까운 사정을 알고 해당 업체·병원·국민건강보험공단 등과 방법을 논의해 A씨가 산업재해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나섰다.
병원 측에서도 A씨의 경우를 명백한 산업재해로 판단해 다행히 A씨는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마마두 은자이 주한 세네갈 대사는 이날 일산동부경찰서를 직접 방문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자리에서 마마두 은자이 대사는 "다친 외국인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펴봐 준 한국 정부와 경찰에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에 김성희 일산동부경찰서장은 "국내 체류 외국인 대다수가 어려운 환경에서 근로하면서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도 의사소통과 제도의 한계로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하는 인권 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A씨가 일한 업체 측 과실 여부 등을 조사하는 한편 A씨가 안전하게 치료를 마칠 수 있도록 비자 연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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