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 소통 실패'로 사드기지에 경찰 1천300명 동원
고작 1t 군용트럭 견인 목적…군 "경찰이 상황 이해 잘못한 탓"
(성주=연합뉴스) 박순기 손대성 기자 = 경찰이 12일 경북 성주 사드기지 마을에 경찰력 1천300명을 동원했다가 곧바로 철수한 것은 사소한 일을 두고 군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으로 확인됐다.
군과 경찰에 따르면 육군 50사단은 지난 11일 경찰에 "견인차를 사드기지인 성주골프장에 반입해야 하는데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11일 새벽 주민과 원불교 성직자가 소성리 마을회관 앞을 지키는 종합상황실에 "사드기지에 견인차를 반입해야 한다. 오전 8시 마을회관 앞을 통과한다"고 통보했다.
주민은 지난 4월 26일 사드체계 반입 때 투입한 경찰력에 가까운 숫자를 배치한다고 하자 사드발사대 추가 배치 같은 주요 사안인 줄 알고 마을로 모여들었다.
경찰은 정확한 상황을 모른 채 이날 오전 7시 40분 16개 중대 1천300여명을 사드기지 입구인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부근에 배치했다.
마을회관 앞 도로를 차단하려는 주민 등 10여명을 마을회관 안으로 밀어붙이고 도로에 앉은 주민을 에워쌌다.
연합뉴스 취재결과 이날 작전은 사드기지 주차장내 고장 난 한국군 소속 1t 봉고 트럭을 대구시 북구 육군 50사단 정비대로 이송하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1일 간단한 물자와 급식 수송에 사용하던 1t 봉고트럭 기름통에 구멍이 나 기름이 샌 데다 또 다른 고장이 있지만 원인을 찾지 못하자 50사단 정비대에 보내 고치려 한 것이다.
이 정도 사안은 소성리 종합상황실에 사실을 알리고 협조를 구하면 얼마든지 견인차를 통과시킬 수 있다.
소성리 종합상황실 강현욱 대변인은 "이보다 훨씬 중요한 사안도 미리 연락하면 협조를 해왔다"며 "1t 봉고트럭 이송에 필요한 견인차를 반입하고자 대규모 경찰력을 투입했다니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군은 1t 봉고트럭 견인에 10t짜리 견인차를 동원하려 한 데는 "50사단이 보유한 견인차는 10t짜리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0사단은 이 과정에 2.5t과 5t 급식차 및 생필품차 등 차량 3대도 반입할 계획이었다.
군 관계자는 소성리 마을회관을 찾아 주민에게 "50사단과 경찰 간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작은 사안에 경찰이 과도한 경찰력을 동원해 주민을 놀라게 해 미안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마을회관 앞 도로에 주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했는데 경찰이 무려 1천300여명을 동원한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외부에서 견인차를 동원하지 않고 사드기지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함에 따라 작전을 취소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오전 8시 20분께 경찰력을 빼낸다고 언론에 밝힌 이후에도 우왕좌왕하다가 1시간여 후인 9시 20분께 철수했다.
그러나 경찰은 도로 차단에 이 정도 경찰력이 필요했다는 의견이다.
경북경찰청 김상렬 경비교통과장은 "군이 '차량 들여보내니 주민과 마찰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해서 필요한 경찰력을 투입했다"며 "정확한 상황을 얘기해주지 않아 필요한 경찰력을 판단하는 게 어렵다"고 했다.
이어 "군이 견인차를 넣겠다고 했다가 주민이 반대하자 곧바로 철수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경찰력을 천천히 철수한 것은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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