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막말에 비방 포스터…대담해지는 호주 인종차별 행태
인권관련 고위직에 "라오스로 돌아가라"…일반인서 유명인 확대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에서 법으로 금지되고 있는 인종 차별성 발언이나 행위가 점차 대담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호주인권위원회 내 인종차별분과위원회 책임자인 팀 수포마산은 최근 호주에는 언론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보수성향 출판물 편집인으로부터 "라오스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수포마산은 라오스를 탈출한 부모 사이에서 프랑스에서 태어났으며 호주에 정착해 살고 있다.
보수성향 출판물인 '더 스펙테이터'의 로완 딘 편집인은 호주 스카이 뉴스 프로그램 '더 아웃사이더스'(The Outsiders)에 출연해 수포마산이 호주를 세운 앵글로-켈트족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딘은 수포마산을 겨냥해 "호주의 앵글로-켈트족이 만든 자유와 사회, 문화를 누리러 왔으면서도 그들이 현재의 평화 애호 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목숨을 던졌다는 점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딘은 이어 "호주가 싫다면 라오스로 돌아가라"며 라오스에서 편견과 인종차별문제를 강의해, 한 해에 30만 호주달러(2억6천만 원)를 벌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비아냥댔다.
독립적 국가기관인 호주인권위원회의 고위 인사로 기업 내 인종과 문화 다양성 강화를 지원해온 수포마산을 방송에서 대놓고 비난한 셈이다.
이에 대해 수포마산은 다문화 국가에서는 논의 과정에 다문화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며 "사람들이 인종차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공개 언급을 꺼리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위축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수포마산은 또 "이민자나 비영어권 출신이라고 해서 표현의 자유를 즐기거나 이 나라에 기여할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호주 SBS 방송에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반인을 넘어 유명인을 상대로 할 정도로 인종차별적 행위가 대담해지는 것이 법으로 금지된 인종차별적 발언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또 극우성향 대안 우파가 지지자를 모으려 발언 수위를 높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드니 서부 지역에서는 최근 유명 무슬림 방송인들과 정치인을 겨냥한 포켓몬 카드 모양의 인종차별적 포스터가 곳곳에 붙여져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호주 애국주의자들' 명의의 포스터에는 무슬림 유명 방송진행자를 비난하며 그들을 잡아 교수형에 처하거나 추방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난민 지원활동에 적극적인 녹색당 소속 세라 핸슨 영 의원에게는 '반역자'라는 낙인을 붙였다.
수포마산은 "일부 공적 담론들은 인종차별적 포스터 뒤에 숨은 이들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며 "이런 악의적인 포스터는 극단적인 인종차별주의가 얼마나 대담해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라고 SBS 방송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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