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마트와 납품업자 울린 '마트사냥꾼'…외상값 등 78억 '꿀꺽'
폐업 직전 마트 사들여 외상으로 물품 구매…75명 입건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영업이 안되는 마트를 헐값에 인수하고 납품업체로부터 외상으로 물품을 구매한 뒤 외상값을 갚지 않는 수법 등으로 수십억원을 가로챈 '마트사냥꾼'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김모(54)씨를 구속하고, 부정수표 단속법 위반 혐의 등으로 정모(59)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2일 밝혔다. '바지사장' 등 71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12년 5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마트 운영자와 영세상인 등 150여명으로부터 물품대금·매매대금·보증금 약 78억원 가량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김씨 등은 서울·경기 지역의 폐업 직전인 마트 10개를 인수하면서 유령법인의 허위 어음을 발행해 계약을 체결했다. 마트를 정리한 기존 업주들은 계약 잔금을 받지 못하고 허위 어음으로 인해 수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
이들은 이렇게 사들인 마트에서 납품업자로부터 외상으로 과일·채소 등 식품과 생활용품을 구매한 뒤 '오픈 기념', '감사 세일' 등의 행사를 열어 단기간 매출을 올렸다.
이어 납품업자들이 외상값을 요구하면 노숙자나 장애인 등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명의를 이전해 책임을 떠넘겼다. 바지사장은 한달에 200만원 가량의 월급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범행은 마트 1개를 인수하고 채 석 달이 되기 전 명의를 넘기면서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다. 이 기간에 많게는 수억원 가량을 챙겼다.
결국, 납품업자들은 미수금을 받기 위해 개별적으로 바지사장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당사자들이 미수금 문제를 민사 사안으로 판단하거나 개별적으로 형사 고소하면서 이들의 조직적인 사기 행각이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또 단기간 매출이 올라간 점을 이용해 권리금을 상향 책정하고, 다른 업주에게 부실 마트를 매각하면서 시세 차익을 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기존 업주가 마트 매매 계약 과정에 대해 항의하자, 용역을 동원해 피해자를 폭행하고 마트 업무를 방해했다.
경찰 관계자는 "영세 납품업자들이 외상 거래 때 보증보험 증권 발급받지 못해 피해가 더욱 커졌다"며 "마트 물품 납품 때 영세상인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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