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축구 '레전드' 카리미 "축구장에 여성 입장 허용" 촉구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아시아의 마라도나'로 불리는 세계적인 축구 스타 알리 카리미(39)가 여성도 축구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리미는 1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ISNA와 인터뷰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이란 축구협회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지난 38년간 금지됐던 여성의 축구 경기장 입장이 허용되도록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백만의 이란 여성이 축구 경기와 좋아하는 팀을 경기장에서 직접 보고 싶어 한다"며 "반드시 입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리미는 이란 국내 프로축구리그에서 시작해 아랍에미리트(UAE) 알아흘리, 독일 바이에른 뮌헨, 샬케04, 카타르 SC 등에서 활약했다. 이란은 물론 아시아에서 가장 뛰어난 축구 선수로 꼽힌다.
국가대표급 경기 127경기에 출전했고, 200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2014년에 은퇴해 현재 이란 프로축구팀 나프트 테헤란의 감독을 맡고 있다.
앞서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마수드 쇼자에이도 지난달 로하니 대통령을 만나 여성이 축구 경기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축구 경기장에 여성이 입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경기에 흥분한 남성 관중의 성적인 욕설과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점과, 여성이 가족이 아닌 남성 선수의 노출된 몸을 보면 안 된다는 종교적 율법 탓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여권 단체의 압박에도 여전히 여성의 입장이 엄격히 금지되는 축구와 달리 실내경기인 배구는 제한적이나마 이를 점차 허용하는 추세다.
지난달 9∼11일 테헤란 아자디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월드리그 배구 남자부 경기엔 여성 관중 300명이 입장해 남성과 분리된 좌석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이들 여성은 대부분 이란배구협회가 초청한 선수의 가족, 주이란 외교관 가족이었지만, 수십 장은 일반 여성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입장권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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