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적폐청산TF의 조사대상 13개 적폐리스트 내용은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임순현 방현덕 기자 = 국정원이 과거 그릇된 정치개입을 한 사건으로 지목해 다시 조사해 진상을 밝히겠다고 11일 제시한 사건은 모두 13개다.
대부분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발생해 검찰 수사가 이뤄졌거나 진행 중인 사건이지만,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내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에서 재조사될 전망이다.
다음은 13개 조사 항목 중 주요 항목 개요.
◇ NLL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수사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2013년 6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을 확인한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한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된 사건이다.
국회는 7월 2일 본회의 표결을 통해 국가기록원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관련기록의 열람·공개를 요구하는 자료제출 요구안을 통과시켰다. 7월 22일 여야 열람위원단이 검색했지만, 국가기록원에는 회의록 원본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새누리당은 7월 25일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문재인 당시 의원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3차례 현장답사와 관련자 조사를 거쳐 11월 15일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참여정부에서 회의록을 고의적으로 폐기했다며 청와대 백종천 전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 2명을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의 재판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문 의원은 불기소 처분됐다.
◇ 국정원 댓글 사건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이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고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취지의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민주당은 12월 11일 국정원 직원이 은신하던 오피스텔을 급습했고, 다음날 이 직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경찰은 대선을 이틀 앞둔 12월 16일 밤 "국정원 대선 관련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봐주기식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민주당이 이듬해 4월 1일 원세훈 전 원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자, 서울중앙지검은 4월 18일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두 달 간 수사해 원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지만, 이종명 3차장과 민병주 심리전단장 등은 기소유예 처분했다. 민주당이 불복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검찰을 결국 이들도 기소했다. 이들의 국정원법 위반에 대해서는 유죄가 확정됐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은 아직 재판 중이다.
◇ 문화계 블랙리스트 개입 의혹
국정농단 사태의 한 축인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탄생과 확대 배경에 국정원이 있었다는 의혹이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청와대 내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기조가 확산한 계기 중 하나로 국정원이 작성한 정보보고서를 지목했다.
특검에 따르면 국정원 문건이 청와대에 전달된 이후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을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정 흔들기를 시도하는 세력'으로 규정,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을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이같은 문건이 누구의 지시로 작성됐고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블랙리스트 명단 선정에 관여한 이가 누구인지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2004년 4월 탈북한 뒤 한국에 정착해 서울시 공무원이 된 화교 출신 유우성씨는 2013년 1월 200명이 넘는 탈북자 명단을 북한에 넘겼다는 '간첩' 혐의로 국가정보원에 체포됐다.
검찰은 유씨를 넘겨받아 같은 해 2월 기소했지만 1심에서 국정원이 탈북자 임시 수용시설인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유씨 여동생 유가려씨를 협박·회유해 "오빠가 간첩"이라는 허위 진술을 받아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무죄가 선고됐다.
이에 국정원은 유씨의 혐의를 입증하겠다며 중국 선양 주재 국정원 영사를 통해 중국 공안 명의로 된 유씨의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 서류를 조작했다. 서류는 검찰을 통해 2심 법정에 제출됐으나 조작 사실이 밝혀졌고, 이에 관여한 국정원 간부 4명과 협조자 2명이 기소됐다. 유씨는 같은 달 대법원에서 간첩 혐의에 최종 무죄 선고를 받았다.
◇ 박원순 제압문건 수사
2013년 5월 15일과 19일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향'이라는 제목의 문서와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 공세 차단'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공개했다.
이 문건으로 국정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제압하거나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벌이던 '대학등록금 인하운동'을 방해하기 위해 우익단체와 관변단체 등을 동원하는 등 정치공작을 기획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통합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국정원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5월 22일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10월 7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 국정원 '좌익효수' 필명 사건
18대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대공수사국 직원 유모씨가 '좌익효수'라는 아이디로 인터넷에 5.18광주민주화 운동 왜곡과 호남지역, 야당 정치인, 여성을 폄하·비하하는 내용의 16개의 글과 3천450여개의 댓글을 올린 사실이 네티즌들에 의해 밝혀진 사건이다.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이 2013년 7월 10일 이 아이디 사용자를 명예훼손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 중이던 서울중앙지검이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시작했지만, 그 사이 '좌익효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탈퇴하고 게시글도 모두 삭제했다. 이후 좌익효수 아이디 사용자가 국정원 직원임을 확인한 검찰이 형법상 모욕죄 및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유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1, 2심은 모욕죄만 유죄로 인정하고, 국정원법 위반은 무죄로 판단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상고해 현재 대법원에 재판이 계류 중이다.
◇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 뒷조사 사건
2013년 국가정보원의 18대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채동욱 검찰총장은 당시 '윗선'의 바람과는 달리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같은 해 9월 언론 보도를 통해 채 전 총장에게 혼외 아들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이를 근거로 감찰을 지시했고, 채 전 총장은 결국 중도 퇴진했다.
검찰은 청와대와 국정원이 서초구청을 통해 채 전 총장의 혼외 아들과 어머니 임모씨와 관련한 개인 정보를 몰래 빼내는 등 뒷조사를 한 사실을 파악하고 조오영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 국정원 송모 정보관,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1심에서 조 전 행정관은 무죄, 송 정보관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조 국장은 징역 8개월을 받았으나 2심은 조 행정관을 벌금 700만원에 처하는 대신 송 정보관을 벌금 700만원, 조 국장을 벌금 1천만원으로 감형했다. 사건은 대법원이 심리 중이다.
◇ 극우단체 지원 관여 의혹
청와대가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극우단체를 '관제 시위'에 동원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이들 단체에 활동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에 국정원도 연루됐는지를 밝힌다.
국정원이 극우단체에 금품을 지원하고, 평소 이들을 관리하면서 청와대와 소통 창구 역할을 했는지 등이 관심사다. 일부 언론은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재직 당시 보수단체 대표들을 만나 '지원 창구 단일화'를 요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세월호 참사 관련 의혹
국정원이 세월호 운영과 관리 등에 깊숙이 개입했고, 세월호 참사 관련 여론조작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은 세월호에서 발견된 노트북 PC를 복원한 결과 국정원이 세월호 구입부터 증·개축, 운항, 관리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다며 국정원이 세월호 실소유주일지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에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 정부 비판세력의 투쟁 기도를 차단해야 한다는 제언과 함께, 보수단체를 활용한 '맞불집회' 등 여론조작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의혹도 풀어야 할 대상이다.
◇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을 수사하던 검찰은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단서로 2008년 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
수사 초점이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로 옮겨가던 이듬해 4월 '박 회장이 2006년 8월 노 전 대통령 회갑 때 명품시계 2점을 선물했다는 단서를 잡고 검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권 여사가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같은 달 30일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소환해 조사했고, 혐의점은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에게까지 확대됐으나 노 전 대통령이 5월 23일 갑작스레 서거하며 수사는 멈췄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2015년 언론 인터뷰에서 "권 여사가 박 전 회장에게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 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며 큰 파문을 불렀지만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
◇ 이탈리아 해킹 프로그램 통한 민간인 사찰
2015년 7월 9일 국정원이 이탈리아 소재 스파이웨어 업체 '해킹팀(Hacking Team)'으로부터 원격조정장치(RCS : Remote Control System) 해킹프로그램을 구입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민간인 사찰 의혹이 제기됐다.
국정원은 해킹팀에 국내 이동통신사에서 출시된 스마트폰 모델을 특정해 감청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카카오톡 해킹방법, 서울대 공대 동문회 파일에 스파이웨어를 심는 작업 등을 문의·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 활동에 합의했지만, 국정원이 자료제출을 거부해 조사가 무산됐다. 이에 시민단체들이 모집한 4천명에 가까운 시민고발단이 7월 23일 해킹프로그램 구입 중개자 '나나테크' 직원과 원세훈 국정원장 등을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유포해 정보를 불법으로 취득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와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감청장비를 수입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현재까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가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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