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대통령' 푸틴·'김치 애호가' 시진핑…G20 뒷이야기

입력 2017-07-11 17:50
'수첩 대통령' 푸틴·'김치 애호가' 시진핑…G20 뒷이야기

靑 관계자 "文대통령 최고 인기인…일정 안 맞아 못한 정상회담 8건"

푸틴, 책한권 두께 '의제' 수첩…펑리위안 "시주석에 일주일에 5번 김치 올려"

메르켈, 文대통령 따라 100m 담장동행…독일측 "유례없는 일"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수행단은 7∼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그야말로 숨 쉴 틈 없이 양자회담을 했다.

나라마다 국력과 처한 사정이 다르고 정상들의 스타일이 다른 만큼 우리 측 관계자의 눈에 비친 정상들의 모습도 제각각이었다고 한다.



가장 인상적인 외국 정상은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다는 후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양자회담 때 거의 책 한 권에 육박할 정도로 두꺼운 수첩을 들고왔다. 각종 의제를 담은 카드였는데 푸틴 대통령은 이를 한 장씩 넘기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푸틴 대통령이 30분 회담 시간 중 거의 20분을 수첩을 보며 본인의 이야기를 계속하자 문 대통령은 "여기 우리 경제부총리와 경제보좌관이 와 계시니 실무적으로 이야기하자"고 상황을 정리했다고 한다.

이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와 양국 관계 등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회담은 예상대로 팽팽했다는 전언이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시 주석이 15분간 발언을 이어가자 문 대통령이 역사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중국과 한반도가 사이가 좋을 때 양측이 모두 상생 발전했다"며 통일신라와 당, 고려와 송, 세종초기 조선과 명의 예를 들었다.

이에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시 주석도 귀를 기울였고 팽팽한 긴장감이 차츰 풀려나갔다. 그러자 갑자기 회담장에서 큰 박수 소리가 나와 양국 정상이 깜짝 놀랐다고 한다.

박수 소리의 주인공은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었다. 회담이 끝나고 김 보좌관은 중국과의 관계가 풀려가는 것을 보고 경제문제도 잘 풀리겠다는 생각에 본인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 보좌관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현지 치안 상황 때문에 취소되자 큰 한숨을 쉬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경전철 사업,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일관제철소 합작사업 등 논의할 경제 분야 협력 사업이 많았는데 정상회담이 취소돼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





시진핑 주석이 김치를 매우 좋아한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는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김정숙 여사에게 한 말이다.

펑 여사는 "시 주석이 김치를 매우 좋아해 일주일에 5번 정도 김치를 올린다"며 "손수 김치를 5번 정도 담갔는데 3번은 성공하고 2번은 실패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G20에 앞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미 상견례를 마친 뒤였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다시 만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오랜 친구처럼 다정한 모습을 보였고, 문화공연 관람 때 문 대통령의 손을 꽉 잡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나 정상회담 초반 트럼프 대통령은 익히 알려진 대로 '마이웨이' 화법을 구사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적은 쪽지를 보고 발언을 이어갔으며, 미국 측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도 한 마디씩 거들게 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이 "지금 트럼프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은 이미 실천이 되고 있다"며 상황을 정리했고, 이후 우리 측이 하고 싶은 발언을 할 수 있었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G20 전부터 문 대통령에게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메르켈 총리는 문 대통령 취임 직후 통화에서도 '빨리 만나자'며 자신의 일정표를 들고 단독회담 날짜를 정하고는 강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문 대통령은 G20 개막 이틀 전 독일에 도착해 메르켈 총리와 따로 단독 정상회담을 했다.

정상회담 종료 후 담장 밖에 우리 교민들이 기다리는 것을 본 문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에게 "먼저 들어가시라. 저는 교민들을 뵙고 가겠다"고 하자 메르켈 총리도 문 대통령을 따라 100여m 떨어진 담장까지 함께 걸어갔다.

이를 본 독일 총리실 관계자들은 "정말 유례없는 일"이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상은 문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양자 정상회담만 8건, 국제기구 수장 회담 2건 등 10건의 정상급 회담을 했는데, 신청이 들어왔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하지 못한 정상회담도 8건에 달했다.

청와대 측은 가능한 여유 있게 일정을 잡으려고 했으나 회담 출발 전부터 각국 정상들로부터 회담 요청이 쇄도했고 현지에서도 요청이 이어졌다고 한다.

결국, 몇 곳은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었고 기니 등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대신 만나는 것으로 갈음해야 했다.

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잠시라도 뵙자고 강하게 요구해 문 대통령이 G20 회의 세션 중 잠시 나와 소파에서 5분간 회담이 이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한민국과 문 대통령이 주목을 받은 계기는 아무래도 촛불 혁명이었던 듯하다"며 "서구사회에서 평화적 혁명과 민주주의 가치를 중시해 왔는데 그 과정을 거쳐 새 대통령이 탄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