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뒤면 수확인데"…물폭탄 진천 수박농가 '망연자실'

입력 2017-07-11 12:13
수정 2017-07-11 12:40
"나흘뒤면 수확인데"…물폭탄 진천 수박농가 '망연자실'

108㎜ 폭우에 비닐하우스 21동 물 차고 진흙탕 투성이

농민들 "산업단지 빗물 유입 탓"…진천군 "방지책 마련"

(진천=연합뉴스) 윤우용 기자 = "하늘도 무심하시지. 나흘 뒤면 수확인데…"

충북 진천군 덕산면 신척리 김모(58)씨는 11일 오전 애지중지 가꿔온 비닐하우스(11동) 안 수박 상태를 살펴보다가 장탄식을 쏟아냈다.



전날 오후부터 이 일대에 내린 장대비로 수확을 나흘 앞둔 수박이 모두 침수돼 아무 쪽에도 쓸모없게 됐기 때문이다.

물에 잠긴 수박은 시장에 내다 팔 수 없을 정도로 상품성이 크게 떨어질 뿐 아니라 이틀가량 그대로 두면 모두 썩어 버린다.

한 통의 수박이라도 건져보겠다는 심정으로 비닐하우스 안으로 향했던 김씨는 곧바로 밖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펄처럼 발이 푹푹 빠지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번 비로 수확을 앞둔 수박 5천여통을 고스란히 폐기 처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의 손해는 이 뿐 아니다.

"추석 무렵 출하하는 가을 수박을 재배하기 위해 250만원 어치의 모종을 들여놓기로 했는 데 비닐하우스가 온통 진흙으로 뒤덮여 후작을 할 수 없게 됐어요"



김씨 비닐하우스 바로 옆 수박 비닐하우스 14동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수박 비닐하우스 안 곳곳에는 흙탕물이 고여 있었고, 미처 수확하지 못한 수박이 여기저기서 나뒹굴고 있었다.

한꺼번에 내린 비 탓도 있지만 김씨를 비롯한 이 일대 수박 재배농민들은 이번 침수 피해가 인재(人災)라고 주장한다.

지난 10일 오전부터 이튿날 오전 2시까지 무려 108㎜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고는 하지만, 예전에는 이런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예전에는 비가 많이 와도 비닐하우스 단지 옆 농로와 맞닿은 소하천으로 바로 배수가 돼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농민들은 이번에 피해를 본 주된 이유는 수박 비닐하우스 단지에서 20∼30m 떨어진 신척산업단지에서 쏟아진 빗물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산업단지에서 쏟아진 빗물이 한꺼번에 소하천으로 유입됐는데 소하천 폭이 좁아 비닐하우스 단지로 역류했다는 것이다.

피해 현장을 둘러본 진천군 관계자들도 농민들의 이 같은 주장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송기섭 군수는 이날 오전 피해 현장을 찾아 농민들을 위로한 뒤 소하천 확장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농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산업단지 입주 업체가 수박을 사 직원들 후식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했다.

김씨는 "소하천 정비 등 항구적인 피해 예방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y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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