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무슬림 유학생 74% "유학생활 제일 큰 어려움은 음식"
평의원회 "캠퍼스 내 할랄 음식 식당 도입 방안 검토"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현재 서울대에 재학 중인 무슬림(이슬람 신자) 학생 10명 중 7명 이상은 유학생활에서 음식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서울대에 따르면 오명석 인류학과 교수는 최근 '외국인 학생의 대학 내 생활여건 개선에 관한 연구: 캠퍼스 내 할랄 음식 제공 방안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서울대 평의원회에 정책 연구과제로 제출했다.
평의원회는 보고서에 대한 검토를 거쳐 캠퍼스 내 할랄 식당을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할랄은 '신이 허용한 것'이란 뜻의 아랍어로 할랄 음식은 이슬람 율법에 근거해 가공·조리한 음식을 뜻한다.
오 교수가 서울대 재학 중인 유학생 98명을 대상으로 캠퍼스 생활의 어려운 점을 묻자 응답자 98명 중 73명(74.5%)이 음식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이어 기도 공간·시간의 부족(22.4%), 이슬람에 대한 편견(2.1%)이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현재 서울대에 재학 중인 무슬림 학생 수를 185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무슬림 국가 출신 유학생 수(학부·대학원 총 223명)에 국가별 무슬림 인구 비율을 환산해 얻은 추정치다.
또 설문조사 결과 무슬림 유학생의 경우 주말에 직접 요리한다는 응답자는 56.1%에 달했다.
특히 응답자의 62.2%가 이태원의 할랄 식품점을 이용한다고 답했으며 서울대 근처의 일반 식품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식재료를 산다고 응답한 학생은 21.4%에 불과했다.
오명석 교수는 "무슬림 학생들은 일상생활에서 종교적 규율의 준수를 중요시하는 태도가 매우 강한 데 반해, 현재 캠퍼스 내의 시설이 미흡해 대학생활에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공동체의 다양성 차원에서도 할랄 음식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교수는 "서울대 학생식당에서 제공하는 기존 식단에 할랄 식단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할랄 코너를 운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타당한 방식으로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경희대와 한양대, 선문대, 세종대, 울산과학기술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캠퍼스 내에서 할랄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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