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해운사 코스코 선두권 바짝 추격…"5년내 세계1위 될수도"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 최대 국영 해운사 중국원양해운(코스코·COSCO)이 컨테이너선 업계의 최강자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코스코가 컨테이너선 업계에서 세계 7위인 홍콩의 해운사 오리엔트 오버시즈 컨테이너 라인(OOCL)을 63억 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큰 사건이다.
글로벌 무역을 지배하려는 중국의 야심, 해운업계의 구조조정 심화, 중국의 해상 관문으로서 홍콩이 누렸던 위상의 하락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코스코는 지난 2015년 12월 중국해운(CSCL)과 컨테이너 사업부를 합병해 세계 4위의 컨테이너 선사로 발돋움했고 OOCL를 인수하면서 다시 3위로 한 계단을 올라섰다.
싱가포르의 리서치 회사인 크루셜 퍼스펙티브의 코린 펑 최고경영자(CEO)는 OOCL 인수가 코스코에게는 아주 중요한 성과였다고 평가하면서 글로벌 업계에서는 이를 경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스코가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업계 1, 2위인 덴마크의 머스크, 스위스의 MSC에 불과 몇% 뒤처져 있을 뿐이며 5년 안으로 세계 1위가 될 수도 있어 다른 해운사들은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코스코는 OOCL을 인수한 덕분에 미주-아시아 항로에서 최대의 컨테이너 선사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OOCL이 냉동 컨테이너 사업에서 구축한 입지, 캘리포니아 롱비치항에 마련한 최신의 자동화 컨테이너선 터미널이 코스코가 활용할 수 있는 값진 자산이다.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OOCL이 우수한 IT, 선단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코스코의 효율도 개선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크루셜 퍼스펙티브의 펑 CEO는 "OOCL이 경영상으로 훨씬 우수한 기업이어서 코스코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의 협상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OOCL의 최대주주인 둥젠화(董建華)일가는 지난해부터 운임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공급 과잉과 업계의 질서 재편이 이뤄지는 현 상황에서는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 매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OOCL의 매각은 홍콩의 위상이 본토에 눌리고 있음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이미 상하이와 선전, 닝보의 항만 시설은 홍콩보다 더 많은 컨테이너 물동량을 취급하고 있다.
해운 애널리스트들은 코스코의 OOCL 인수가 완료되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 당국의 승인, 소액주주들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OOCL이 미국에 사업부를 두고 있어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승인 여부가 주목된다.
CFIUS는 외국인 투자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심사해 찬반 의견을 건의하는 기관으로, 재무부와 국토안보부, 국방부를 포함한 17개 정부 부처 대표들이 참여한다.
이와 관련해 애널리스트들은 최근에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는 상황인 만큼 경쟁사와 정치권에서 일부 반발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코스코와 OOCL이 주요 해운동맹의 일원이며 코스코의 덩치가 커진다고 해도 아직은 3위인 만큼 결국은 당국의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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