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리까지 나서 중국에 류샤오보 해외치료 허용 촉구

입력 2017-07-11 08:52
독일, 총리까지 나서 중국에 류샤오보 해외치료 허용 촉구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석방된 중국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61)의 해외치료 허용을 중국 당국에 요청했다고 AP통신이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메르켈 총리가 류샤오보와 가족에게 '인도주의의 신호'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해외에서 간암 치료를 받는 것을 허용하기를 바란다는 의미라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날 회견에선 메르켈 총리가 지난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류샤오보의 해외 치료를 원하는 가족의 소망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논의했는지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자이베르트 대변인은 비밀 대화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메르켈 총리가 류샤오보의 비극적 경우를 매우 우려하고 있음을 확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독일 외교부 소식통은 독일이 치료를 위해 중국을 벗어나려는 류샤오보의 희망과 관련해 중국 측과 여러 차례 고위급 회담을 했다며 독일 내 치료를 위해 류샤오보를 수용할 준비가 언제든 돼 있다고 말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독일에 망명한 중국 반체제 작가 랴오이우(廖亦武)는 메르켈 총리가 시 주석이 지난주 독일에 머무는 동안 매일 류샤오보 관련 문제를 제기하려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독일은 최근 마르쿠스 뷔힐러 하이델베르크대 교수가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의 중국의대 제1병원을 방문해 류샤오보를 진료하는 등 류샤오보에게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주재 독일대사관은 뷔힐러 교수와 조지프 허먼 미국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 교수가 류샤오보를 면담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이 유출된 데 대해 독일 측 의사에 반해 촬영됐으며 허가 없이 유출됐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독일대사관은 의학 전문가가 아니라 보안 기관이 촬영한 것 같다며 이러한 행동이 류샤오보 사건을 다루는 중국 당국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유출된 영상에는 뷔힐러 교수와 허먼 교수가 류샤오보를 치료하는 중국의대 제1병원의 진료 수준을 칭찬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한편, 영국 BBC 영문판은 류샤오보가 해외치료를 고집하는 것이 사후 홀로 남겨질 부인 류샤(劉霞·55)에게 자유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류샤오보의 친구는 "류샤오보는 자신이 죽은 후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우려하고 있다"며 "류샤와 처남을 중국에서 빼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류샤오보가 노동교화소에 갇혀 있던 1996년 옥중 결혼한 이들 부부는 류샤오보의 반복된 수감생활 때문에 온전한 결혼생활을 하지는 못했지만 변치 않는 애정을 과시해왔다.

류샤오보는 "온 세상의 아름다움을 이 한 여자에게서 본다"고 표현했고 1996년부터 1999년 수감생활 동안 300여 통의 편지를 아내에게 보내기도 했다.

류샤는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2010년 10월부터 당국의 엄중한 감시를 받다가 2011년부터 가택연금 상태에 있으며 이 때문에 심각한 우울증을 앓는 것으로 전해졌다.





harris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