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소아과학회장 "찰리 사례에 외부개입은 도움 안돼"

입력 2017-07-10 18:04
英 소아과학회장 "찰리 사례에 외부개입은 도움 안돼"

"희망없거나 견딜 수 없는 고통 땐 고통 없는 임종으로 초점 옮긴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에서 희소병 환아 찰리 가드가 외국에서 실험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 가운데 저명한 소아과전문의가 외부 개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놨다.

찰리 가드의 사례를 계기로 연명치료 중단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는 양상이다.

영국 왕립보건소아과학회(RCPCH) 니나 모디 학회장은 10일(현지시간) 공개 서한을 통해 "가족, 찰리를 치료한 의사들, 관련된 법전문가팀만이 찰리의 상황과 관련한 복잡한 쟁점들의 세부내용을 알고 있다"며 "우리와 의견을 말하는 모든 이에겐 알려지지 않은 이 쟁점들은 어떤 결정에 이르더라도 매우 신중하게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게 바로 선의에 상관없이 외부 기관들이나 개인들의 개입이 도움되지 않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명치료를 유지하거나 중단하는 결정은 오직 아이에게 최선인 것에 기반해 내린다면서 "생명을 연장할 수도 있지만 용납할 수 없는 통증과 고통을 가져올 생명 연장"은 중단을 허용하는 영국의 결정 체계를 설명했다.

모디 회장은 "희망이 없거나 감당불가능한 고통을 느끼거나 시한부인 상황에선 초점은 고통없고, 존엄있는, 가족이 지켜보는 임종을 확실히 하는 쪽으로 옮겨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찰리 사례도 다르지 않다. 엄청난 의견들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는 어떻게 그런 결정이 내려지는지 알 권리가 있다"며 생명연장 유지 또는 중단 결정을 내리는 의료진을 대표하는 기구의 책임자로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이유를 말했다.

찰리의 소식이 전해지자 프란치스 교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리고 미국 병원 등이 돕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찰리의 아빠 가드 씨는 전날 찰리를 치료해온 런던의 그레이트오몬드스트리트병원 앞에서 기자들에게 "만일 실험치료를 받기 시작해 1주일 내로 찰리가 고통을 느낀다면 그를 떠나보겠다"고 했다.

찰리의 엄마 예이츠 씨는 "그는 우리 아들이고 우리의 살과 피다. 그에게 생명의 기회를 주는 결정을 내리는 건 부모로서 우리의 권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잃을 게 없다. 그는 기회를 가질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이츠 씨는 찰리가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크게는 10%에 이르고 아직 알려진 큰 부작용은 없다는 약물치료를 받기를 원한다고 호소했다.

세계에서 단 16명만 앓고 있는 희소병인 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MDS) 진단을 받은 찰리는 영국과 유럽 법원에서 연명치료 중단 판결을 받았다.

찰리가 입원한 병원은 국내외에서 관심이 커지자 그가 외국에서 실험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판단해 달라며 런던 고등법원에 재심을 요청했다.

고법의 재심은 10일 오후 열릴 것으로 전해졌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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