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보고서] ③ 출산장려금 1천만원에도 인구는 되레 감소

입력 2017-07-11 11:01
수정 2017-07-11 11:05
[지방소멸 보고서] ③ 출산장려금 1천만원에도 인구는 되레 감소

작년 합계출산율 1.17명 초저출산…지자체마다 고민

"단기 처방보다 일자리·주택·교육 등 문제 함께 풀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한국 사회는 이미 '초저출산 사회'로 접어들었고, 최근에는 초저출산 현상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초저출산 현상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인 경우를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971년 4.54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낮아져 1987년 1.53명까지 떨어졌다. 이후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감소세가 이어지다 지난해에는 1.17명으로 추락했다. 2005년 1.08명 이후 최저일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출산율 저하로 한 해 태어나는 출생 아기가 급감하고 있다. 출생아 수는 1970년대 한 해 100만명에서 2002년 49만명으로 30여 년 만에 절반으로 뚝 떨어졌고, 2016년에는 40만6천명으로 겨우 40만명 선에 턱걸이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초저출산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지자체의 출산과 양육 지원도 필요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일자리·주택·교육 등 사회 전반의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지자체마다 고육지책 출산·양육지원금…효과는 '글쎄'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인구 증가시책의 하나로 출산·양육지원금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으나 출생아는 물론 인구가 오히려 줄고 있다. 일회적이고 단편적인 지원책으로는 출산율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북 진안군은 파격적인 출산장려금 지원에도 좀처럼 인구가 늘지 않아 고민이다.

2013년 2만7천6명이던 진안군 인구는 지난해는 2만6천14명으로 줄었다. 해마다 감소하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출산장려금을 대폭 늘렸는데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진안군은 2007년부터 첫째·둘째 120만원, 셋째 이상 450만원씩 지원하던 출산장려금을 지난해 각 360만원과 1천만원으로 늘렸다. 열악한 군의 재정 상황에도 인구를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강원 양양군도 마찬가지다. 출산 시 축하금 지원 등 다양한 시책을 펼쳤으나 최근 4년간 인구가 연평균 169명씩 줄고 있다.

경북 영덕군은 첫째 출산 때 30만원, 둘째 50만원, 셋째 이상 100만원을 주고 첫돌에 30만원, 초등학교 입학 때는 40만원을 준다. 하지만 인구가 2013년 말 4만142명에서 2014년 3만9천586명으로 4만명 선이 무너졌다.

이후에도 2015년 3만9천191명, 2016년 3만9천52명에서 올해 6월 현재 3만8천703명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대도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대전시는 올해 둘째 아이 이상 출산 때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출산장려금과 셋째 아이부터 12개월간 매월 지급하는 양육지원금으로 31억여원을 편성했다.

출산장려금은 둘째를 낳은 시민에게 2012년부터 30만원씩, 셋째 아이 이상은 10만원이던 지원금을 2010년부터 50만원으로 올려 지원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2천476명에게 8억4천여만원이 지급됐다.

양육지원금은 매월 5만원씩 지급하며, 현재 1천36명에게 3억1천여만원이 지원됐다.

이러한 지원에도 지난해 대전시의 출생아 수는 1만2천400명으로 전년보다 9.98% 감소했다.

부산시도 2006년 셋째 아동에게 10만원의 출산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해 2009년 이후부터는 둘째 아동 20만원, 셋째 아동 120만원으로 지원금을 올렸다.

이달 1일부터는 둘째 자녀 출산 때부터 지급하던 출산용품 7종을 첫째 자녀까지 확대했다.

부산시에서 지급하는 것과 별도로 각 구·군 기초단체에서도 재정 여건에 따라 출산지원금을 주고 있다.

하지만 부산 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다.

1995년부터 이미 인구가 줄기 시작한 부산은 지난 20여년간 인구 감소율이 13.7%로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황이다.

부산의 올해 1∼4월 출생아 수는 총 7천8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1천400명)나 줄며 17개 시·도 가운데 감소율 1위를 기록했다.

◇ "단기 처방보다 출산 가로막는 걸림돌 제거해야"

정부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2006년부터 10여년간 저출산·고령사회 대책 마련에 100조원가량을 쏟아 부었지만, 단기 처방에 급급하다 보니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와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은 출산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근본적으로 제거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출산율은 결국 출산과 교육 등 사회양육 환경, 소득 등 경제 여건 등에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일시적 지원금은 출산율 제고에 한계가 있으며 부수적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초 지자체 관계자는 "국가적인 보육체계 강화나 인식 전환 없이 출산대책이라는 게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출산장려금 지원 같은 제도를 일제히 도입하고 있지만, 효과는 솔직히 알 수 없다"고 털어놨다.

지자체별로 경쟁적인 지원에 늘어나는 재정부담을 고려해 국비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자체 규모별, 농산어촌 유형별 기준에 따라 국가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남 시장·군수협의회는 자치단체별 편차가 심한 출산장려금, 신생아 양육비 지원이 지역 인구 늘리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재정만 악화한다며 국비 지원을 건의하기도 했다.

'저출산 고령사회 복지정책' 저자인 김학만 우송대 사회복지아동학부 교수는 "지방정부 수준의 출산 유인책보다는 사회와 국가 차원에서 저출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며 "심각한 청년실업, 비정규직, 주택·교육 등 전반의 문제를 함께 풀어야 저출산 문제의 해법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여성이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출산 후에도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보장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헌 강원연구원 박사는 "저출산 문제 해결 등을 위해 대통령 직속 인구 감소 및 지역소멸위원회를 두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임보연 이승형 정경재 변우열 차근호 손상원 정찬욱 기자)

jchu20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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