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도우미 김순옥!"…드라마 속 숨겨진 '이스터 에그'
'아이리스'의 '백산'이 '크리미널 마인드'에도 등장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김순옥? 니가 여기 웬일이야? 말도 없이 그만두더니, 벌써 다른 집에 취직한 거야?(중략) 야! 김순옥 너! 거기 안 서?"
지난 8일 SBS TV 주말극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변정수(필순 역)가 명품 가방 매장에서 만난 한 여성에게 내뱉은 말이다. 여성의 이름은 '김순옥'. '언니는 살아있다'의 작가 김순옥과 같은 이름이다.
변정수는 자신의 집 도우미 출신이었던 '김순옥'을 처음부터 끝까지 무시하면서 그가 명품 매장에 온 것 역시 주인집 심부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보기 좋게 '김순옥'에게 한방을 먹고 망연자실했다.
이 장면은 순간 시청률이 18.3%까지 치솟으며 재미를 줬다.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내딸 금사월' 등을 히트시킨 김순옥 작가는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한 이름. 이를 알고 이 장면을 본 시청자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작가들이 이런 식으로 드라마에 숨겨놓은 '이스터 에그'(부활절 달걀, 콘텐츠에 재미로 숨겨놓은 장치)들이 시청자에게 깜짝 선물과 같은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 '셀프 디스'·'셀프 패러디'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셀프 디스'를 한 김순옥 작가는 자신의 전작을 '셀프 패러디' 하기도 한다.
그가 2009년 선보여 대히트한 '아내의 유혹'에서 여주인공 '구은재'가 점 하나 찍고 나와 다른 사람 흉내를 낸 '어처구니없는' 설정은 이후 두고두고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됐는데, 김 작가 스스로도 이를 패러디했다.
그는 '왔다 장보리'에서 악녀 '연민정'(이유리 분)이 마지막에 점 하나 찍고 나와 다른 사람 흉내를 내게 하는 모습을 팬 서비스로 선사해 웃음을 줬고, '언니는 살아있다'에서는 장서희가 연기하는 '민들레'가 역시 점 하나 찍고 1인2역을 하게 만들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장서희가 바로 '아내의 유혹'의 '구은재'였다는 점이다.
◇ '우정의 산물'도
작가계에서 친분이 두터운 김은숙 작가와 김은희 작가는 서로의 작품에 '친구'의 이름을 등장시키며 드라마 팬들에게 재미를 안겨줬다.
김은숙 작가는 2012년 '신사의 품격'에서 남자 주인공 4명이 대학시절 동시에 좋아했던 첫사랑의 이름을 '김은희'라고 지었다. 심지어 극중 '김은희'의 직업 역시 드라마 작가로, 실제 김은희 작가가 쓴 '유령'을 대사에 녹이기도 했다. 극중에서 김은희 작가에 대해 "드라마 '유령' 작가요? 아, 소간지"라는 대사가 등장했는데, '유령'의 주인공이 '소간지'라는 애칭을 가진 소지섭이었음을 콕 집어 부각한 것이다.
'신사의 품격'과 같은 시기 방송된 '유령'에서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피해자의 아내 이름으로 '김은숙'이 등장했다.
김은숙 작가와 김은희 작가는 가상의 지역명 '인주시'도 공유한다.
김은숙 작가가 2009년 '시티홀'에서 등장시킨 인주시는 2012년 김은희 작가의 '유령'과 2016년 '시그널'에 잇따라 주요 지명으로 등장했다.
◇ '아이리스'의 백산 국장이 '크리미널 마인드'에 등장
작가만 패러디하는 게 아니다. 제작사도 패러디한다.
2009년 '아이리스'와 2013년 '아이리스2'에 등장했던 '백산' 국장이 오는 26일 첫선을 보이는 tvN '크리미널 마인드'에도 등장한다. 이들 세 작품은 모두 태원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세 작품 모두 배우 김영철이 '백산'을 연기한다는 점이다.
'크리미널 마인드'의 백산은 국가범죄정보국 범죄행동분석팀 NCI의 설립자이자 국장이다. 미국 동명 원작 드라마에는 없는 인물로, 카리스마가 넘치고 속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캐릭터다.
앞서 '아이리스' 시리즈에서 백산 역시 정체를 숨긴 미스터리한 캐릭터였다. '아이리스' 1편에서는 국가안전국(NSS) 국장이었던 백산이 사실은 국제적 비밀조직 아이리스의 조직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감옥에 갇혔다. '아이리스' 2편은 아이리스 조직원들이 감옥에서 백산을 빼내 납치해가지만 백산이 탈출해 다시 NSS에 투항하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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