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단에 적막감 휩싸인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
근로자들 협력업체별로 대기…일부 대책 호소하며 농성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한때 1천 명이 넘었던 근로자들은 모두 철수하고 타워크레인도 가동을 멈췄습니다."
10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현장은 공사가 중단돼 적막감만 감돌았다.
셀 수 없이 많은 철근이 원형 원자로 건물의 뼈대를 이루기 시작한 5호기 건설 현장은 한 명의 근로자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근로자들이 아직 조립하지 못한 철근 다발이 현장에 나뒹굴었다.
5호기로부터 250m 떨어진 6호기 건설 현장도 자재만 여기저기 흩어진 채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5·6호기 건설 현장 곳곳에 배치된 10여 기의 타워크레인은 모두 가동을 멈췄다.
언제 지나갔는지 알 수 없는 덤프트럭의 바퀴 자국이 현장 이곳저곳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포크레인 한 대만이 6호기 현장 옆 흙더미 위에서 토사를 파헤치고 있었다.
새울원자력본부에서 5·6호기 현장으로 가는 도로에는 할 일을 잃은 포크레인과 덤프트럭 몇 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지난달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일시 중단 발표 이후 시공사가 잔업과 주말 특근을 없애자 이에 반발한 현장 근로자들이 임금 보전 대책을 요구하며 작업을 거부하면서 이달부터 사실상 공사는 중단됐다.
새울본부의 한 관계자는 "많을 때는 1천100여 명에 달했던 근로자들이 현재 작업을 중단하고 협력업체별로 마련된 가건물(작업준비장)에 모여 대기 중"이라며 "공사는 완전히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신고리 5·6호기는 11%의 시공률을 보이는 상태다. 만약 건설이 중단되지 않았다면 올해 12월에 5호기의 건물 외형이 모습을 드러냈을 거라는 게 새울본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작업을 거부하고 있는 신고리 5·6호기 근로자 300여 명은 이날 잔업과 주말 특근을 포함해서 한 달 기준 26일 근무 보장과 공사 중단 시 일자리 승계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새울본부 앞에서 농성했다.
이들은 신고리 5·6호기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새울본부를 찾은 자유한국당 원전특위 위원들에게도 대책 마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 근로자는 "갑작스러운 원전 건설 중단으로 일자리를 잃을 처지가 돼 막막하다"면서 "근로자들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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