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스 前 재무 "트럼프 참석 G20은 국제질서 와해를 확인한 것"

입력 2017-07-10 16:30
서머스 前 재무 "트럼프 참석 G20은 국제질서 와해를 확인한 것"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지난주 말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성적표에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취임 이후 주요 동맹들과의 기복이 심하고 불투명한 관계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정상화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기존의 간극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을 통해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마련된 공동성명은 '성과라기보다 트럼프 취임 이후 많은 이들이 우려해온 국제질서의 와해를 확인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하버드대 총장을 역임한 서머스 전 장관은 G20은 상호 경쟁에도 평화와 안보, 번영과 경제통합 및 위협의 저지라는 분야에서 공동의 이해가 걸려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공동체라는 개념을 거부했으며 더욱 강력한 제도나 기구보다는 미국이 더욱 나은 거래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강력한 믿음을 천명해왔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리고 지난 몇 달간의 행보 및 이번 G20을 거치면서 그의 이런 믿음이 보다 명확해지고 있으며 말과 행동이 일치를 보이고 있다고 혹평했다.

미국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처 방법에 있어 완전히 고립되는가 하면 다른 정상들에 보호주의 배격 입장을 번복하도록 압박하기도 했다고 서머스 전 장관은 지적했다.

또 부분적으로 미국의 태도 때문에 이번 G20이 지난 50년래 가장 심각한 상황에 부닥친 난민 문제에 침묵을 지켰다고 비판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어려움이 닥치면 대통령의 성격이 위험스러운 행동을 촉발할 수 있다'는 이론을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정작 별다른 경제, 군사적 위기가 닥치지 않았는데도 괴이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기 수 시간 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한 정보당국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는가 하면 지난 대선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의 선대본부장인 존 포데스타를 난데없이 거론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 딸인 이방카가 자신을 대신해 회의에 참석한 것을 지적하면서 이는 다른 정상들에 대한 모독이자 고위관리들에 대한 권한 침해라고 맹비난했다.

아울러 G20 참석 전 폴란드에서의 행보도 문제 삼았다. 현지 연설에서 '서방의 생존 의지….' 운운했는데 이는 지구 상 대다수인 비(非)서방 권을 소외시키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서머스 전 장관은 그의 발언을 과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 비유하면서 부시 전 대통령의 발언이 잘못된 것은 해당국들이 악의 축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 아니라 발언으로 인해 이들 국가의 결집을 초래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로버트 사무엘슨도 트럼프가 자유와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미국의 이상과 경제적 실익 사이에서 커다란 모순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가 추구하는 미국의 위대함에 대한 기본적 인식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추구하는 위대함의 척도는 경제적 조건이라고 지적했다.그리고 이 때문에 미국이 필요로하는 전통적 동맹들을 오히려 고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위대함은 달러화가 전부는 아니며 번영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면서 미국의 더 큰 목표는 민주주의와 혼합경제를 촉진하는 것이며 미국은 이러한 목표를 위해 자유무역을 선택하고 군사우산을 제공해왔다고 강조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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