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아파트 반나절 넘도록 정전…"폭염·폭우에 생지옥"

입력 2017-07-10 16:12
금천구 아파트 반나절 넘도록 정전…"폭염·폭우에 생지옥"

변전실에 화재로 전기 끊겨…"고층까지 걸어 올라가야…냉장고 음식 걱정"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이효석 기자 = "날은 덥고 비까지 내리고…. 반나절 넘도록 불 꺼진 방에 있자니 생지옥이 따로 없네요."

10일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주민 김모(53·여)씨는 "안내방송도 없고 집에만 있기가 답답해 밖으로 나와봤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아파트에서는 이날 0시 45분께 지하 변전실에서 불이 났다가 약 50분 만에 꺼졌다. 이 화재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아파트 16개 동 1천700여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주민들은 월요일 아침 출근 시간에 식사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음은 물론 급수까지 중단돼 큰 불편을 겪었다. 또 입주민들은 새벽부터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를 사용하지 못한 채 찜통더위를 견뎌내야 했다.

정전이 발생하자 한국전력은 이날 정오께 비상용 발전기 8대를 아파트에 지원했다. 오후 2시 현재 이 아파트 102동과 103동에는 임대 발전기가 설치돼 전기 공급이 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세대의 전기 공급이 늦어지자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오후 3시께 마을 주민 30여 명은 관리사무소를 찾아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 아파트 주민 연정흠(62)씨는 "정전이 발생한 이후 14시간이 넘도록 관리사무소 측에서는 사고 원인과 현재 상황에 대한 아무런 안내가 없었다"며 "어떻게 전기를 복구할지, 주민들을 어떻게 지원할지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연씨는 이어 "한여름에 재난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대책 매뉴얼 하나조차 없는 점이 답답하다"며 "빨리 방송 시스템부터 복구해서 주민들에게 안내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주민 강양이(42·여)씨는 "답답한 마음에 19층에서 계단으로 내려왔는데 다시 집에 올라갈 일이 난감하다"며 "아침에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를 밥도 못 먹여 보냈다. 오늘 밤은 아이를 친척 집에서 재워야 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박모(47·여)씨는 "에어컨·선풍기도 문제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냉장고에 들어 있는 음식이 문제"라며 "혹시나 어르신들이 상한 음식을 드셨다가 집단 식중독이라도 걸릴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전 사태가 길어지자 금천구청에서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와 함께 이 아파트에 급수 차량 8대를 지원했다. 또 2ℓ와 350㎖ 식수용 아리수 각각 1천 병을 주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고층에 사는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도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기 공급은 계속 차질을 빚고 있다. 관리사무소 측은 "비상용 발전기가 투입됐지만, 비가 내리는 데다 주차 문제 등으로 케이블 연결이 쉽지 않아 전기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화재가 발생한 시설 교체에는 수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구청과 소방당국 관계자들은 "정상 복구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 "길게는 며칠 가량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변압기에 과부하가 걸린 탓에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찾고 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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