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극장가 집어삼키다

입력 2017-07-10 11:18
수정 2017-07-10 11:25
'스파이더맨' 극장가 집어삼키다

대작 부재 속 재미·감동 갖춘 가족영화로 인기몰이

1천965개 스크린 점유…독과점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홈커밍'이 국내 극장가를 싹쓸이하고 있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스파이더맨:홈커밍'은 개봉 5일째인 지난 9일 누적관객 356만2천951명을 기록, 올해 개봉작 중 최단기간 300만명을 돌파하며 적수 없는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1~3'과 마크 웹 감독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2' 등 전작들이 500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존 와츠 감독의 '스파이더맨:홈커밍'은 이를 쉽게 넘길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일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덩케르크'가 개봉할 때까지는 이렇다 할 대작이 없어 이 같은 기세라면 1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평론가들은 이 작품이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달리 스토리와 감동을 갖춘 기본기에 충실한 영화라는 점을 흥행 비결로 꼽았다.

윤성은 평론가는 "'트랜스포머'와 '미이라' 등 최근의 블록버스터들이 스타일에만 치중해 관객의 기대에 못 미친 데 반해 '스파이더맨'은 기본이 충실하다"며 "탄탄한 스토리와 캐릭터에 관객이 원하는 감동까지 갖춰 대중적 감성을 잘 공략했다"고 말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라는 점도 흥행 비결로 꼽힌다.

정지욱 평론가는 "지금까지 있었던 히어로물이 성인 관객을 타깃으로 한데 비해 '스파이더맨'은 청소년 스파이더맨이 성인으로 가는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가족영화이자 성장영화"라며 "모든 연령대의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액션영화로서의 역동성과 오락물로서의 재미, 청소년 스파이더맨의 성장담 등이 잘 어우러졌다"고 설명했다.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와는 다른 모습의 신선한 캐릭터도 인기 비결로 꼽힌다.

윤성은 평론가는 "역대 최연소인 스파이더맨 캐릭터가 너무 신선했고 배역을 맡은 톰 홀랜드도 너무 발랄했다"며 "멘토 같기도 하고 아버지 같기도 한 보수적인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의 케미스트리도 돋보인다"고 평했다.

현재 극장가에 이렇다 할 대작이 없는 점도 흥행의 주 요인을 꼽힌다.

이현경 평론가는 "최근 한국영화가 부진한 편이고 봉준호 감독의 '옥자'도 멀티플렉스를 잡지 못해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영화 외적인 면에서 대적할 만한 작품이 없다는 게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스파이더맨:홈커밍'이 국내 스크린을 잠식하면서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개봉 첫날 1천703개로 출발한 이 영화는 지난 9일 스크린을 총 1천965개로 늘리면서 1만524회 상영됐다. 이날 스크린 점유율은 41.7%, 상영 점유율은 63.1%를 기록했으며, 매출 점유율은 83.1%에 달했다. 이날 상영된 영화 10편 중 6편은 '스파이더맨'이었던 셈이다.

정지욱 평론가는 "극장들이 한 영화에 스크린을 몰아주면서 관객들이 어쩔 수 없이 그 영화를 선택하게 되는 독과점 현상이 올여름에도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영화 관련 카페에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이 스파이더맨만 N차 관람할 수는 없는 건데 흥행작이 없다 하지만 갈수록 '쩐'의 논리에 다 밀려버리는 걸까요. (독과점 문제를) 거의 대다수가 공감하는 데 왜 안 바뀔까요"라며 스크린 독점 현상을 비판했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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