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9번' 이병규, 잠실 열광시킨 굿바이 히트

입력 2017-07-09 22:05
'영원한 9번' 이병규, 잠실 열광시킨 굿바이 히트

팀 동료들, 이병규 위한 '깜짝 타석' 준비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적토마' 이병규(43·현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는 영구결번식에서 안타를 때린 유일한 선수로 기억될 것이다.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시즌 8차전은 홈팀 LG의 3-2, 7회 강우콜드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1루 내야석 관중들은 자리를 뜰 기색이 전혀 없었다.

팬들은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LG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병규가 잠실구장에서 마지막으로 서는 모습을 말이다.

앞서 경기 시작 전 공식 은퇴식을 통해 팬들에게 인사했던 이병규가 KBO리그 역대 13번째 영구결번식을 위해 마운드 앞 단상에 섰다.

이병규의 친구인 뮤지션 임재욱의 특별 공연과 이어지는 다큐멘터리 영상 상영에 이어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이병규의 등번호 9번에 맞춰 카운트다운은 9에서 멈췄고, 전광판 위로 폭죽이 터지며 밤하늘을 수놓았다.

이병규는 모든 선수가 꿈꾸는 영구결번식을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에서 했다. 폭우도 아랑곳하지 않는 팬들이 있었기에 그의 영구결번식은 더욱 빛이 났다.

영원히 LG 트윈스의 레전드로 남게 된 이병규는 김용수, 손혁, 조성환에게 축하 꽃다발을 건네받았다.

박용택, 류제국, 이형종, 임찬규, 이동현 등 현 LG 선수단에 이어 최동수(육성군 타격코치), 이상훈(피칭아카데미원장), 강영훈(선수단 1호차 기사), 김재환(운영팀 과장), 이병규 팬들의 축하 영상이 전광판에 띄워졌다.

영상 편지의 마지막 주인공인 이병규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직접 마운드로 걸어나가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병규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했다.

"절대 울지 않겠다"던 이병규는 고별사를 낭독하며 더욱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병규는 팬들에게 큰 절로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팬들이 응원구호인 'LG의 이병규'를 외치자 더욱 사무치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이병규는 힘겹게 고별사를 마쳤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날 한화전에 출전했던 LG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다.

영구결번식의 하이라이트였다. 선수들은 각자 수비 위치를 잡았고, 마운드에는 이동현이 올라왔다. 전광판 화면은 더그아웃에서 보호창구를 차는 이병규를 비췄다.

이병규는 공식적으로는 지난해 10월 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대타로 나와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좌전 안타를 터뜨린 것이 마지막 타석이다.

이와 별개로 LG는 이날 영구결번식을 진행하면서 이병규의 마지막 타석을 마련해줬다.

현역 시절 볼도 안타로 연결한다는 이병규였지만 그의 타격감은 예전 같지 않았다. 이동현의 예상치 못한 제구 난조까지 이어지면서 이병규의 시원한 타구는 좀체 나오지 않았다.

마침내 이병규는 깨끗한 중전 안타를 터뜨렸고, 1루, 2루, 3루를 돌아 홈플레이트를 밟으며 LG 후배들의 열렬한 축하를 받았다. 헹가래까지 받은 이병규는 영구결번식의 대단원을 마무리했다.

끝은 단지 시작을 의미할 뿐이다. LG의 이병규는 '영원한 9번'으로 남았고, 이병규를 보면서 후배들은 저마다 영구결번의 꿈을 키우게 됐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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