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첫 女 군종목사 이예림 중위 "따뜻한 리더십"
"군인이었던 할아버지 자랑스러워 군종장교 지원"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진로 고민이 많은 젊은 장병들을 따뜻하게 사랑해주고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주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습니다."
해병대 최초의 여성 군종목사로 선발된 이예림 중위(30)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또렷했다. 간결하고 씩씩한 말투에선 군인의 기운이 느껴졌다.
10일 전화 인터뷰로 만난 이 중위는 "쑥스럽다"면서도 선발 소감과 군 생활의 각오를 당차게 밝혔다.
올해 초 대전침례신학대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은 그는 지난달 30일 충북 영동 육군종합행정학교에서 열린 군종장교 제75기 임관식에서 중위로 임관했다.
오는 14일부터 경기도 김포 해병2사단에서 본격적인 군 생활을 시작한다. 해병대의 상징인 '팔각모'를 쓰고 '빨간 명찰'도 달게 된다.
이 중위는 "할아버지께서 주임원사로 전역하셨다. 어릴 때 군인이셨던 할아버지를 자랑스러워했던 점이 영향을 미쳐 군종장교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여성 신학생들이 독자적인 사역을 하기보다 교회의 '사모'가 되는 사례가 많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다.
그는 "삶에서 젊음의 시기가 있다. 사모가 되거나 결혼하는 것보다 군종장교라는 기회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설명했다.
육군종합행정학교에서 받은 군사훈련에 대해선 "유격훈련, 사격훈련, 행군 등을 똑같이 다 했다"고 웃음 지었다.
"발목 인대 부상이 심했지만 낙오하지 않고 끝까지 해냈습니다. 가장 떨렸던 훈련이 화생방이었는데, 처음에는 방독면의 정화통을 제대로 교체하지 못해 가스를 거의 다 먹었거든요. 그때 군대 내 목사님이 오셔서 정화통을 끼워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해병대 최초의 여성 군종목사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이 중위는 "제 행동 하나하나가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열정적이되 신중한 행동을 통해 군에 꼭 필요한 군종장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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