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가톨릭 교계, 정부 개헌 비판…"군부독재 우려"

입력 2017-07-08 05:58
베네수엘라 가톨릭 교계, 정부 개헌 비판…"군부독재 우려"

마두로 대통령, 공무원 280만명에 제헌의회 투표 참여 독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 가톨릭 교계가 7일(현지시간) 좌파 정부가 심각한 정치위기를 타개하려고 추진 중인 제헌의회 구성을 통한 개헌 계획에 대해 나라를 독재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디에고 파드론 베네수엘라 주교회의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강압적으로 추진되는 개헌 계획은 군부를 비롯한 사회주의·마르크스주의·공산주의 독재에 헌법적 지위가 부여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야권과 국제사회로부터 조기 대선을 실시하라는 압박이 고조되는 가운데 가톨릭 교계와 긴장 관계를 유지해왔다.

가톨릭 지도자들은 지난해 정부와 중도 우파 야권 사이에서 중재 노력을 기울였지만, 양측의 불신 탓에 무위로 돌아간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달 초 폭력을 끝내고 평화적이며 민주적인 방식의 해법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위기를 풀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극심한 경제난과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 4월부터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면서 최소 91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에는 반정부 시위자를 비롯해 친정부 시위자, 약탈자, 구경꾼 등이 포함돼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최근 반정부 시위에 따른 정국 혼란을 돌파하려고 제헌의회를 통한 헌법 개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베네수엘라 헌법은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인 1999년 마지막으로 개정됐다.

마두로 행정부는 오는 30일 545명의 제헌의회 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를 시행하고, 제헌의회가 마련한 개헌안을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할 방침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모든 국가 공무원들이 제헌의회 투표에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

그는 전날 밤 볼리바르 주에서 열린 친정부 집회에서 "국가 노동자 중 한 사람도 빠짐없이 투표해야 한다"면서 "회사별, 부처별, 시청별로 조직해 제헌의회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에는 약 280만 명의 공무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유권자는 약 3천만 명이다. 공무원들은 각종 친정부 집회 등에 참석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야권은 주장하고 있다.

야권은 마두로 대통령의 개헌 카드를 자유선거를 피한 채 권력을 유지하려는 책략이라고 반발하며 제헌의회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야권 연합 국민연합회의(MUD)는 오는 16일 개헌을 위해 제헌의회를 구성하는 것에 대한 찬반을 묻는 선거를 독자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투표의 법적인 효력은 없지만, 정부의 제헌의회 투표를 2주 앞두고 미리 정당성을 물어 정부의 개헌 추진 동력에 힘을 빼겠다는 구상이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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