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사고' 삼성重, 해양플랜트 인도 결국 차질

입력 2017-07-09 06:11
'크레인 사고' 삼성重, 해양플랜트 인도 결국 차질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크레인 사고 여파로 해양플랜트 인도 일정을 결국 미뤘다.

이로 인해 발주처의 프로젝트 진행에 1년 이상 차질이 생기면서 삼성중공업에 어느 정도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당초 삼성중공업이 지난달까지 프랑스 에너지회사 토탈에 인도할 예정이던 '마틴링게 플랫폼'이 아직 인도되지 못하고 건조 중이다.

마틴링게 플랫폼은 삼성중공업이 2012년 12월에 수주한 원유생산시설로 약 5억달러 규모다.

앞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야드에 있는 이 플랫폼 작업장에서는 지난 5월 800t급 골리앗 크레인과 32t급 타워 크레인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직후 거제조선소 전체를 대상으로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이후 6일부터 일부 작업장에서 조업을 부분 재개하도록 했고, 15일부터는 사고현장을 제외한 모든 현장에서 작업을 허용했다.

사고가 난 마틴링게 플랫폼의 작업 재개는 6월 1일에야 이뤄졌다. 이 때문에 한 달가량 건조 공정이 지연됐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3월 말 기준으로 91%의 공정을 완료한 상태였고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연내에 인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탈은 삼성중공업의 마틴링게 플랫폼 인도 지연으로 자사의 해양개발 프로젝트 일정이 1년 이상 미뤄지게 됐다고 밝혔다.

이 설비는 노르웨이 북해에 설치되는데, 바람이 많이 불고 기상이 변덕스러워 접근이 쉽지 않은 탓에 여름에만 필요한 사전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토탈은 플랫폼을 올해 넘겨받더라도 내년 여름에야 가동 준비를 마치고 2019년 1분기부터 원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중공업은 인도 지연으로 인한 손실 발생 여부 및 규모 등을 토탈사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적인 계약 내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인도대금 지급이 지연되는 것에 더해 발주처에 지체보상금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유가 하락 등으로 해양플랜트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발주처가 이번 일을 핑계로 인도를 의도적으로 더 미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거제조선소에서 진행하던 다른 대형 프로젝트는 대부분 정상적으로 마무리됐다는 점이다.

토탈은 삼성중공업에 30억달러 규모의 에지나 FPSO(부유식 원유생산 및 저장설비) 사업도 맡긴 상태다.

이 공정 역시 크레인 사고로 인해 1∼2주가량 작업이 중단됐으나 영향이 제한적이어서 계획대로 하반기 출항할 예정이라고 삼성중공업은 전했다.

이밖에 27억달러 규모의 익시스 CPF(해양가스생산설비)와 36억달러인 프렐류드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는 지난 4월과 6월 정상적으로 인도됐다.

삼성중공업은 남은 조업을 안전하게 끝내는 데 주력하는 동시에 신뢰도 재고 차원에서 종합적인 사고방지 대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종합대책에는 외부 전문기관의 안전점검 정례화, 크레인 작업 신호체계 재구축, 크레인 충돌방지시스템 개발 등의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조사 과정에서 지적받은 사항을 충분히 반영해 이른 시일 내 안전 관련 마스터플랜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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