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집단소송 첫 확정판결, 업계에 경고 메시지"
"집단소송 증가 우려…ELS 발행 등 시장 영향은 적어"
(서울=연합뉴스) 증권팀 = 국내에 2005년 '증권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된 지 12년 만에 7일 처음 나온 본안 확정판결에서 투자자들이 최종 승소하면서 관련 업계가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판결이 업계에 일종의 '경고 메시지'가 되고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다만 이 집단소송에서 문제가 된 주가연계증권(ELS)의 발행이나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도이치은행 소송대리인이 ELS 투자 손실 관련 집단소송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10부에 이날 항소취하서를 제출함에 따라 지난 1월에 나온 1심의 원고 승소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1심에서 서울중앙지법은 도이치은행이 ELS 만기일에 기초자산 종목을 대량 매도한 것이 시세조종을 목적으로 인위적인 조작을 가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대표 당사자 6명 등 피해자들에게 총 85억8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도이치은행이 헤지운용을 한 '한국투자증권 부자아빠 주가연계증권 제289회'(한투289 ELS)로 약 25%의 손실을 본 투자자 464명 역시 배상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증권집단소송제는 피해 투자 일부가 소송을 제기해 이기면 동일한 피해를 본 나머지 투자자들도 판결의 효력을 누리도록 한 제도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판결이 업계에는 불공정거래와 관련한 경종이 될 것으로 봤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증권집단소송에서 처음으로 투자자들이 승소했다는 점에서 업계에 경고의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상품 운용·개발 때 준법 경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업계에서는 아무래도 긴장감이 높아질 수 있다. 법무법인들이 투자자들을 모집해 집단소송을 연속으로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당시 문제가 된 ELS 상품의 판매를 맡았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도이치증권과 함께 소송을 당했으나 이후 투자자들이 소를 취하해 이번 소송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도 "도이치은행 소송 판결이 이와 유사한 집단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집단소송이 늘어난다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이 사건이 ELS 발행이나 투자 등 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성인모 금융투자협회WM본부장은 "ELS 출시 초기에는 상품 판매사가 위험회피(헤지)를 위해 외국계 등 다른 증권사와 다시 장외파생상품 계약을 맺는 '백투백 헤지'가 일반적이었다. 이 사건은 한투증권이 판매한 ELS의 백투백 헤지 운용을 맡은 도이치은행에 대해 투자자들이 주가 조작 혐의로 손해배상을 요구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성 본부장은 "당시 사건은 자본시장법 제정 이전인 2007년에 발생했고 그 이후 ELS 헤지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문제가 된 ELS상품과 같은 종목형 ELS도 많이 사라진 상황이어서 이 사건이 증권업계에 미칠 파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ELS 발행금액은 35조6천236억원으로 이 가운데 94.7%가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다. 도이치증권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것처럼 개별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비중은 4.6%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최근 시장 동향을 보면 시세조종이 가능한 종목형 ELS 비중이 크게 줄고 시세조종이 거의 불가능한 지수형 ELS의 비중이 절대적"이라며 "도이치은행 사건 이후 금융감독원이 투자자보호대책을 여러 차례에 걸쳐 내놓아 이번 판결이 ELS 발행이나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도 "과거 우리 회사가 판매한 ELS의 헤지 운용을 맡은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에 대해 유사한 집단소송이 진행 중이나 소송과 연관이 없는 판매사 입장에서 도이치은행 사건 판결로 영향을 받을 부분은 없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불완전판매나 불건전 영업행위와 관련해 회사 내부에서 통제를 강화하도록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며 "미스터리쇼핑 등으로 파생상품을 포함해 여러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조사하고 사후적으로도 소비자 보호가 되도록 최선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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