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8개월 아이 운다고 불꺼진 방 가둔 어린이집 원장

입력 2017-07-09 08:01
생후 8개월 아이 운다고 불꺼진 방 가둔 어린이집 원장

이불로 말아 억지로 잠 재우기도…0∼2세 원아들 상습 학대

항소심 재판부 "범행 부인, 반성 안 해" 집행유예 2년 선고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태어난 지 8개월 된 아이가 운다고 어두운 방에 홀로 가두고, 이불로 돌돌 말아 억지로 잠을 재우는 등 어린 원아들을 학대한 어린이집 원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12년 1월부터 청주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한 A(52·여)씨는 학부모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는 원장이었다.

하지만 일부 보육교사의 양심선언으로 드러난 그의 본모습에 학부모들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A씨는 울면서 보채는 아이를 빈 교실로 데리고 들어가 불을 끈 뒤 홀로 있게 방치했다.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어두운 방에서 나올 수 없었다.

정서적 학대를 당한 원아들의 나이는 고작 생후 8개월에서 11개월 정도에 불과했다.

A씨는 생후 20개월 된 아이가 울면서 낮잠을 자지 않자 자신의 다리로 아이를 감싸 강제로 잠을 재우기도 했다.

아이가 울다 지쳐 잠든 후에도 이불로 돌돌 말아 옴짝달싹 못 하게 했다.

혼자 우유병을 잡고 먹을 수 없는 생후 9개월 된 아이를 눕혀 놓고 이불을 고여 혼자서 우유를 먹도록 하게 한 적도 있다. 자칫 질식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이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1인당 담당 아이 수를 최대 3명으로 제한한 보건복지부 보육사업 지침도 어겼다.

서류상 A씨 역시 원아 3명이 속한 1개 반을 맡았다.

하지만 행정 업무와 차량 운행, 장보기, 학부모 상담 등을 하느라 그가 맡은 아이들은 옆 반 보육교사의 몫이 되기 일쑤였다.



사실상 보육사업 지침을 어기고 1명의 보육교사가 6명이나 되는 아이를 돌본 셈이다.

이렇게 편법 운영을 하고도 A씨는 자신의 앞으로 나오는 지자체 보육료 보조금 350여만원을 꼬박 받아 챙겼다.

2015년 4월부터 8월까지 이어진 학대 행위가 들통나자 A씨는 결국 어린이집 문을 닫았고, 법의 심판도 피할 수 없었다.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정선오 부장판사)는 9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8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어린이집 원장이 0∼1세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고,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법정에서도 학대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지목된 시간에 차량 운행을 하거나 소방 대치 훈련 등을 했다며 관련 자료를 제시하는 등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제시된 자료가 학대를 하지 않은 근거로는 부족하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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