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해체기술 연구 선도하는 김희령 UNIST 교수
"울산에 해체기술 역량 기업 많다"…고리1호기 해체 15년 전망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울산에는 원전 해체기술 잠재 역량을 가진 조선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중소, 중견, 대기업이 많이 있습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원전해체핵심요소기술 원천기반연구센터장을 맡는 김희령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는 9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울산시가 힘을 쏟고 있는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 유치와 관련해 "40여 개 이상의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원전해체협의체가 2015년부터 해체기술 개발, 산업적 실증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센터는 국내 원전뿐만 아니라 세계 원전해체시장에 진입하도록 우리나라 원전해체기술 자립의 요람이 되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영구정지된 고리원전 1호기 해체와 관련해서는 "해체준비 2년, 제염 5년, 해체 철거 6년, 부지복원 2년 등 15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는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
▲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는 노후화된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하기 위해 기술을 체계적으로 정립·개발·구축하고, 산업적 실증을 거쳐 나중에 고리 1호기와 같은 해체 현장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곳이다.
국내 원전뿐만 아니라 세계 원전해체시장에 진입하도록 우리나라 원전해체기술 자립의 요람이 되는 곳이다.
-- 국내 원전해체 기술 수준은.
▲ 선진국의 70%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원전해체를 위한 핵심 기반기술 38개 가운데 고방사성 환경 로봇 원격절단, 저준위 부지 환경복원, 고방사성 폐기물 안정화 처리 분야를 포함해 11개, 또 실용화 기술 58개 중 엔지니어링 설계·인허가, 제염, 기계적 절단, 해체폐기물 처리, 잔류 방사능 측정 분야를 포함해 17개 기술 등 미확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들 기술은 대학과 연구기관, 중소기업을 통해 확보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연구용 원자로와 우라늄 변환시설 같은 원자력시설을 해체한 경험이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1962년 건설해 1995년까지 사용한 연구용 원자로 (1호기 250kW, 2호기 2㎿)를 2009년에 해체 완료했는데, 고온고압의 스팀 제염(방사선 물질 제거)이나 전기화학 제염, 연마, 기계절단 같은 기술들이 사용됐다.
-- 울산도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 UNIST에 있는 원전해체 핵심요소기술 원천기반연구센터가 해체 핵심 요소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울산에는 해체기술 잠재적 역량을 가진 조선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중소, 중견, 대기업이 많이 있다.
40여 개 이상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원전해체협의체가 2015년부터 해체기술 개발, 산업적 실증 준비를 하고 있다.
이처럼 산업적 입지조건이 우수하고, 지리적으로 타 시도로부터의 접근성도 좋다. 해체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센터 유치에 대한 주민 수용성도 다른 곳보다 매우 높다.
이미 국외 원전해체 경험 연구기관과 현대중공업, 수산이엔에스, 울산대학교,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UNIST, 울산 테크노파크 등 울산의 산업계, 연구계, 학계간 협력이 갖추어져 있다.
해체 경험이 있는 일본과의 협력을 위해 UNIST는 일본대사관과 한일 해체 공동연구센터 설립 등 기술과 인력양성 교류협력의 물꼬도 터놓았다.
프랑스 회사와의 제염 해체 기초 기술인력 양성 협력 등 원전해체 유관 해외 선진 산업체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울주군의 해체 센터 용지 확보, 다른 지자체와의 협력 기반 마련 등 울산의 행정기관, 산업체, 학교, 연구기관이 해체기술 연구를 위한 인프라를 갖췄다.
--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가 울산에 유치되면 기대효과는.
▲ 직접 원전해체에 필요한 제염 분야, 해체 절단 분야, 방사성 폐기물처리, 환경복원 등에 대한 기초 기술, 실용화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적인 실증 활동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지역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이나 실증에 참여해 해체 산업이 활성화되고 해체기술의 자립, 궁극적으로 울산이 원전해체기술의 중심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
-- 고리 1호기 영구정지를 어떻게 생각하나.
▲ 고리 1호기는 1978년 턴키방식으로 들어와서 황무지였던 우리나라 공장, 공공시설, 가정에 전력을 공급해주고 지금은 원전 수출 등 우리나라를 원전 수요 국가에서 공급 국가로 탈바꿈시켰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으로 우리 생활의 대부분을 변수에서 상수로 만들어준 일등 공신이라는 느낌이 들면서 본연의 임무를 훌륭히 마치고 이제는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했다.
-- 고리 1호기는 어떻게 해체되고, 얼마나 걸리나.
▲ 우선 사용후핵연료를 원자로에서 꺼내 저장조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
2018년 7월까지 한국수력원자력은 예비 해체계획서를 규제기관에 제출하고 사용후핵연료 냉각 기간인 5년이 지나는 2022년 6월 18일까지 해체계획서를 제출하게 된다.
그리고 승인이 나면 제염, 해체 절단, 방사성 폐기물 처리, 부지를 복원하는 순으로 원전해체를 완료하게 될 것이다.
해체 기간은 준비 2년, 제염 5년, 해체 철거 6년, 부지복원 2년 등 15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이 가야할 방향은.
▲ 요즈음 탈원전 관련해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등 우리 사회가 매우 떠들썩하다.
전력 수급과 국민 수요에 부합하는 신재생 에너지 기술개발, 환경, 고용 창출, 국가 에너지 안보 등 많은 관점을 고려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합리적인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예컨대, 신재생 에너지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서 전체 발전량 가운데 원전 비율을 조절하되 안정적인 전력 공급도 고려해 노후화 원전은 빨리 해체하고 더욱 안전한 새 원전을 짓는 게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신고리 5·6호기가 그 중심에 있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 사용 주체는 우리 사회 전체 구성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특정 집단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민을 포함한 구성원이 에너지 선택권을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you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