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폭우 쏟아지는데, 제주는 연일 열대야와 전쟁 중 '왜'(종합)

입력 2017-07-08 11:30
수정 2017-07-08 13:52
전국에 폭우 쏟아지는데, 제주는 연일 열대야와 전쟁 중 '왜'(종합)

폭염은 적은데, 열대야는 잦아…서귀포 2013년 57일, 10년 평균 33일

높은 습도에 천천히 데워지고 식는 해양성 기후 탓, 한라산 푄 현상까지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전국에서 열대야가 가장 심한 곳은 어디일까. 폭염은 내륙 지역이 잦지만 열대야는 제주에서 유독 많이 발생해 여름이면 도민들이 더위에 밤잠을 설친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0년(2007∼2016년)간 평균 폭염일 수는 제주 9일, 서귀포 3일에 그친 반면 열대야는 제주 31.6일, 서귀포 33일에 달했다.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든 7∼8월의 절반 이상은 열대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제주도에서는 제주(북부) 43일, 서귀포(남부) 35일간 열대야가 발생해 전국 평균(10.8일)의 3∼4배에 달한다.

지난해 지역별 열대야 발생일수를 보면 제주와 서귀포가 1, 2위를 차지했고 이어 인천 33일, 서울·목포 각 32일, 여수 31일, 부산 30일 등의 순이었다.

제주도 남부 지역인 서귀포에는 지난해 여름철 폭염(낮 최고기온 33도 이상)이 하루밖에 없었지만 열대야는 35일이나 나타났다. 2015년에는 폭염이 하루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열대야는 16일 발생해 전국 평균(4.9일)의 3배를 넘어섰다.

제주도 기상관측 대푯값인 제주(제주지방기상청) 지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제주에는 폭염이 13일간 나타나 전국 평균(22.4일)을 한참 밑돌았지만, 열대야는 43일이나 나타났다.



역대 제주에서 열대야가 가장 많이 발생한 해는 무더위와 가뭄이 기승을 부린 2013년이다.

그 해에 제주에서는 7월 2일 첫 발생 이후 역대 가장 많은 51일이나 열대야가 발생한 데다가 7월 12일부터 8월 24일까지 무려 44일 연속 열대야가 발생해 시민들이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같은 해 서귀포에서는 열대야가 7월 7일부터 8월 24일까지 49일 연속 나타나는 등 총 57일간 열대야가 나타나 최다 발생일수 기록을 경신했다. 이 해에 서귀포에서는 10월 6일 저녁부터 7일 아침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며 10월에 이례적으로 열대야가 나타나기도 했다.

2014년에는 전국 기상관측 이래 가장 이른 5월 27일에 제주에서 열대야가 발생했다. 따뜻한 남서풍이 한라산을 넘으며 '푄 현상'이 발생, 산 북부 기온이 밤에도 떨어지지 않았다.

올해 역시 지난 7일까지 서귀포는 지난 2일 첫 발생 후 총 5일간 열대야가 발생했고, 제주는 지난 3일 첫 발생 이후 닷새 연속으로 열대야가 나타났다.

7일에는 제주 지점에서 오전 6시를 전후해 기온이 29도 안팎을 보이는 등 새벽부터 무더위가 나타났다. 다음 주에도 최저기온이 25도 안팎으로 예보돼있어서 열대야는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유독 제주에 열대야가 많이 나타나는 건 섬이라는 지역 특성상 해양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내륙에 비해 천천히 데워지고 천천히 식는 바다의 영향으로 최고기온은 내륙보다 낮지만 최저기온은 높게 나타나며, 일교차가 적다. 습도가 높은 것도 기온이 천천히 떨어지도록 하는 원인이 된다.



밤이 돼도 식지 않는 더위에 도민들은 잠을 설치는 일이 부지기수다. 잠을 푹 자지 못해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도 점차 늘고 있다.

직장인 송모(28)씨는 "밤새 에어컨을 켜기에는 전기요금이 부담스러워서 창문을 열어놓고 선풍기를 튼 채 잠을 청하는데 덥고 창밖 소리도 시끄러워서 잠을 푹 자지 못하고 있다"며 "출근하면 오전 내내 멍해서 아이스 커피를 달고 산다"고 말했다.

여름철이면 아예 집에서 나와 바닷가나 중산간 지역에 돗자리나 텐트를 깔고 잠을 청하기도 할 정도다.

저마다 시원한 곳을 찾아 '야간 피서'를 즐기기도 한다.

제주시 탑동광장에는 야간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바닷바람에 더위를 식히거나 산책을 즐긴다.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이호테우해수욕장, 삼양해수욕장, 협재해수욕장 등 해수욕장 4곳은 여름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7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야간(오후 7∼9시)에도 문을 열어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마을 곳곳에 있는 '용천수 물통'에서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일 년 내내 차가운 용천수가 솟아나는 물웅덩이에 몸을 맡기며 더위를 날려버린다.

열대야 현상이 없는 한라산 중턱 야영장 명당에 자리를 잡고 사는 이색 피서객도 있다.

지대가 높아 밤기온이 선선한 한라산 관음사지구 야영장에는 야영객들이 장기간 지내며 더위를 피하고 있다. 회사가 몰려 있는 제주시내와 차로 30여분 이동하는 거리로 그리 멀지 않아 출퇴근도 야영장에서 하고 있다.

도내 대형마트 가운데는 밤늦게 찾아오는 '피서 고객'들을 위해 여름철 영업 마감 시간을 늦추는 곳도 있다.

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을 말한다. 25도를 넘으면 사람이 쉽게 잠들기 어려워 더위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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