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고작 8일…공무원들 "눈칫밥 휴가 사라질까요"
충북도 연가 평균 8.4일 사용…휴가 보상비도 제대로 못받아
대통령 "연차휴가 모두 사용" 발언 후 휴가 독려 분위기 확산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충북의 한 자치단체에 근무하는 공무원 A씨는 금요일인 지난 7일 상쾌한 기분으로 한 주를 마무리했다.
모처럼 다음 주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 동안 연차휴가를 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마음이 홀가분했다.
그는 얼마 전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아 며칠 쉬고 싶었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휴가를 내는 것이 눈치가 보여 몇 번이나 망설이다 과감하게 휴가 계획서를 제출했다.
A씨는 "규정대로 라면 1년에 20일 넘게 연차 휴가를 사용할 수 있지만, 눈치가 보여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공직사회 분위기"라고 말했다.
엄연히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데도 휴가 계획서를 낼 때마다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는 등 있지도 않은 핑계를 둘러대야 할 정도로 휴가를 사용하는 것이 죄짓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는 "작년에도 여름 휴가를 포함해 연차휴가를 총 8일밖에 쓰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국가공무원 복무 규정에 공무원 재직 기간별 연차 휴가 일수가 정해져 있다. 6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은 1년에 21일의 연가를 갈 수 있다.
전년도에 연가를 모두 사용하지 않으면 2일간의 휴가 일수가 늘어 최대 23일까지 휴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관료적'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르는 공직사회의 분위에서 규정만 내세워 휴가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충북도가 지난해 직원들의 연가 사용 일수를 분석한 결과, 평균 8.4일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름 휴가 5일을 제외하면 대부분 직원들이 한 해 3일 가량 휴가를 사용했다는 말이 된다.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면 휴가 보상비가 지급된다.
보상비 지급 일수는 자치단체 등의 재정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10일 내외다. 충북도는 12일까지 연차휴가 보상비를 지급한다.
보상비 지급 일수보다 적게 휴가를 사용하면 보상비를 받지 못한다.
휴가 일수 23일을 기준으로 따지면 평균 8일의 연가를 사용하는 충북도 공무원들의 경우 2∼3일은 보상비조차 받지 못한채 휴가를 가지 못한 셈이 된다.
이런 공직사회의 분위기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7∼8월 공무원 여름 휴가를 사용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나섰다.
인사처는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고, 재충전을 통한 업무능률 향상을 위해 공직사회의 하계휴가를 장려한다며 최장 10일까지도 하계휴가를 보장한다고 밝혔다.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와 부서장이 솔선수범해 하계 휴가를 가도록 독려, 공직사회가 '눈치 보지 않고 휴가 가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는 자치단체로도 확산하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휴가를 사용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달 30일 각 실·과 및 시·군은 직원들이 심신을 재충전하고, 업무능률을 향상할 수 있도록 하계휴가 일정을 포함해 월례 휴가계획을 세워 실시하라는 지침을 마련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바쁜 업무 때문에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상당수가 상사 등의 눈치를 보느라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휴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공직사회 자율성과 삶의 질을 높이고, 재충전을 통한 업무 능률 향상을 위해 연차휴가를 사용하도록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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