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테메르 사임설 모락모락…하원의장 대안으로 부상

입력 2017-07-07 06:37
수정 2017-07-07 06:39
브라질 테메르 사임설 모락모락…하원의장 대안으로 부상

룰라 "하원의장, 대통령 맡을 준비 하고 있어"…개헌 통한 대통령 직접선거 주장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 정치권에서 부패 의혹으로 퇴진 압력을 받는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이 사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브라질 헌법에 따라 테메르 대통령이 사임하면 부통령이 없으므로 연방하원의장이 대통령을 맡게 된다.

6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테메르 대통령은 지난 5일 각료회의를 주재하면서 정치권 안팎의 압력에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검찰의 기소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연정 참여 정당의 지지를 촉구했다.





앞서 호드리구 자노 연방검찰총장은 지난달 26일 테메르 대통령을 부패 혐의로 기소했다. 브라질에서 연방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방검찰에 따르면 테메르 대통령은 세계 최대 육류 가공회사인 JBS로부터 뇌물 15만2천 달러(약 1억7천만 원)를 챙겼고, 이후 9개월간 JBS로부터 1천150만 달러(약 130억7천만 원)를 받으려고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방검찰은 테메르 대통령을 사법방해죄로 추가 기소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테메르 대통령은 지난 3월 7일 집무실에서 JBS의 조에슬레이 바치스타 대표를 만나 대화한 녹음테이프가 공개되면서 궁지에 몰렸다.

녹음테이프에는 테메르 대통령이 JBS에 세금과 대출 혜택을 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과 함께 현재 뇌물수수 혐의로 복역 중인 에두아르두 쿠냐 전 하원의장의 플리바겐(유죄 인정 조건부 감형 협상)을 막기 위해 금품을 계속 제공하라고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연방검찰은 테메르 대통령 측이 바치스타 대표를 독려해 쿠냐 전 하원의장에게 뇌물을 계속 주도록 해 부패수사를 방해하려 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테메르 대통령에 대한 사법 당국의 수사가 확대되면서 연립여권 내에서는 테메르 대통령이 부패수사에 따른 정치적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사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호드리구 마이아 연방하원의장이 대통령을 맡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도 마이아 하원의장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은 전날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좌파 노동자당(PT) 행사에 참석, 대통령이 테메르에서 마이아로 대체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룰라 전 대통령은 "마이아 하원의장은 대통령직을 맡을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노동자당에도 좋지 않은 뉴스"라고 말했다.

테메르 대통령이 사임하고 나서 연방의회가 대통령을 선출해서는 안 되며 개헌을 통해 국민의 직접선거로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룰라는 지난해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테메르와 마이아를 '쿠데타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모두가 원하는 변화는 국민이 새 대통령을 선출할 권리를 누릴 때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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