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이 아빠'의 서늘한 변신…'파수꾼'의 최무성

입력 2017-07-09 10:00
수정 2017-07-10 18:17
'택이 아빠'의 서늘한 변신…'파수꾼'의 최무성

비뚤어진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검사장 윤승로 역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만날 수트를 잘 차려입고 나와야 해서 부담이 됐지만, 그래도 이럴 때 한번 입어보는 거죠. 제가 지금껏 맡은 역할 중 최고의 '인텔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최무성(51)은 이렇게 말하며 쑥스러운 듯 씩 웃었다.

MBC TV 월화극 '파수꾼'에서 서울중앙지검장 윤승로를 연기하고 있는 그를 최근 상암동 MBC에서 만났다. 수은주가 32도까지 치솟은 이날 그는 반바지, 반팔 차림이었고 검정 뿔테 안경을 쓰고 나왔다. '파수꾼'의 윤승로와는 전혀 다른 모습.

'파수꾼'에서 악의 축이었던 윤승로는 지난 회에서 드디어 그간의 악행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체포됐다. 검찰총장을 노리며 자신과 아들의 악행을 어떻게든 덮으려던 윤승로는 모두가 지켜보는 청문회장에서 꼭꼭 숨겨뒀던 본색이 까발려지면서 극적으로 추락했다. 엘리트 길만 걸어오고, 그 과정에서 비뚤어진 특권의식을 키워온 윤승로는 '촛불 시위'가 가면을 벗긴 현실 속 많은 권력자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윤승로는 스스로를 세뇌한 인물입니다. 자신은 국가를 위해 일해 왔다며 아집과 오만함을 키웠죠. 내가 나서지 않으면 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뻔뻔하죠. 당연히 현실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없어야죠. 선한 사람들이 피해 보지 않고, 선한 것이 옳다고 느껴지는 그런 세상이 돼야죠."

최무성의 윤승로가 흥미로운 까닭은 그가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응답하라 1988'에서 '택이 아빠'를 연기했기 때문이다. 순하고 부끄러움 많은, 곰 같은 소시민 '택이 아빠'로 얼굴을 알리고 인기를 끌었던 최무성을 기억하는 시청자에게 '윤승로'는 반전인 것이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이런 댓글을 단다. "본래 악역하던 사람이야" "원래 하던 연기야"

영화 '세븐 데이즈', '악마를 보았다' 등을 통해 섬뜩한 악역을 연기했던 최무성을 기억하는 것이다. 이런 '골수 팬'들에게는 오히려 '택이 아빠'가 반전이었을 터.





"아무래도 '응답하라 1988'이 워낙 큰 사랑을 받다 보니 그 작품 후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졌죠. '택이 아빠'에 평상시 제 모습이 많이 들어가 있긴 해요. 하지만 그때는 유달리 말을 느리게 해달라는 주문도 있었고, 사람이 다 그렇듯 저에게도 여러 가지 면이 있죠."

말이 많이 느릴 것이라 예상했으나, 이날 최무성은 말이 빨랐다.

"제가 예전에 너무 단답형으로 말을 했더니 인터뷰 끝나고 뒤통수가 따갑더라고요.(웃음) 말의 속도는 상대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고요."



'택이 아빠'의 사투리를 보며 최무성이 경상도 출신이냐 아니냐 '논쟁'이 붙기도 했다. 누구는 "원단"이라고 확신했고, 누구는 "가짜 사투리"라고 했다.

"부산에서 태어났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올라왔죠.(웃음) 그러니 부산 사투리를 많이 까먹기도 했고, 부산도 지역마다 쓰는 단어들이 조금씩 달라서 보시는 분에 따라 제 사투리 연기가 다르게 다가오셨을 것 같아요."



연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시작했다. 연극반 생활을 거쳐 고3 때 연극 무대에 섰다.

"시작은 빨랐는데 중간에 좀 쉬었어요. 일본에서 4~5년 지냈거든요. 도쿄에서 사진 전문학교를 다니면서 영상과 연출을 공부했어요. 그러다 다시 연기를 시작한 게 서른두 살 때였습니다. 다시 시작하면서는 연출을 병행했고, 지금은 연극은 연출 위주로 하고 있어요. 신인류극단에서 연출을 맡고 있습니다. 연극은 제게 고향 같은 곳입니다."

여느 연극배우와 마찬가지로 '생활'을 위해 그는 마흔 즈음에 영화와 드라마로도 활동 폭을 넓혔다. 드라마는 2011년 '공주의 남자'를 시작으로 '청담동 살아요' '무정도시' '기황후' '하트 투 하트'를 거쳐 '응답하라 1988'에 나왔다. 이후 '함부로 애틋하게' '역도요정 김복주'를 거쳐 '파수꾼'을 만났다.

"연극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연기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 관객에게 보여주는 과정을 좋아합니다. 그 작업 자체가 좋아서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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