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전설' 마라도나, 1만 팬 열광 속 伊나폴리 명예시민 추대

입력 2017-07-06 23:13
'축구전설' 마라도나, 1만 팬 열광 속 伊나폴리 명예시민 추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가 이탈리아 남부 항구도시 나폴리의 명예시민이 됐다.

6일 이탈리아 언론 등에 따르면 나폴리 시는 5일 시내 중심에 있는 델 플레비시토 광장에서 마라도나의 팬 1만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마라도나(56)를 명예 시민으로 추대했다.



1984년부터 1991년까지 나폴리 유니폼을 입고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에서 맹활약한 마라도나는 1987년과 1990년 두 차례 나폴리의 리그 우승을 이끌며 현지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이날 추대식은 나폴리가 마라도나의 활약을 앞세워 리그 첫 우승을 차지한 지 꼭 30년 되는 해를 맞아 나폴리 시의회가 최근 투표를 통해 마라도나가 이탈리아 프로축구 나폴리 구단에 몸담으며 보여준 헌신과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그에게 명예시민 자격을 주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나폴리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의 열렬한 축하와 환영에 고무된 마라도나는 이날 체류하던 호텔 밖에서 대기 중이던 차량에 올라탄 뒤 팬들과 나폴리 팀의 응원 구호를 함께 외치며 나폴리 명예 시민이 된 것을 자축했다.



마라도나는 행사 전야에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나를 나폴리 시민이 되도록 해준 시의회에 고마움을 전한다"며 "나는 10번이 새겨진 나폴리 유니폼을 입은 첫날부터 나폴리 시민이었다"는 말로 나폴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유서 깊은 남부의 중심 도시이지만 마피아의 분파 카모라의 근거지라는 오명과 경제난, 실업난 속에 쇠락의 길로 접어든 나폴리는 마라도나 덕분에 신앙과 마찬가지인 축구에서 만큼은 자존심을 한껏 세울 수 있었기 때문에 마라도나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1990년 나폴리에서 열린 이탈리아 월드컵 4강전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 경기에서 대부분의 나폴리 시민들이 마라도나가 뛴다는 이유만으로 조국 이탈리아 대신에 아르헨티나를 응원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마라도나는 1991년 코카인에 양성 반응을 보이며 이탈리아 리그를 떠나 스페인 세비야로 이적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나폴리 시절 수 백 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이탈리아 내 모든 재산을 압류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으나 지금도 나폴리 시내 곳곳이 마라도나 벽화들로 장식될 정도로 마라도나는 여전히 나폴리 시민들의 숭배를 받고 있다.

축하 행렬에 참여한 나폴리 시민 디에고 안누차는 AP통신에 "마라도나는 역사에 길이 남을 선수로 축구계의 전설"이라며 "누구도 그를 넘어설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민 리나 비비아노는 "마라도나는 내게 나폴리를 대표하는 존재이자 구원의 상징"이라며 "이것이 그를 기억하고 싶은 이유"라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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