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히가시노·하루키…막 오른 여름 '소설대전'

입력 2017-07-06 11:07
베르베르·히가시노·하루키…막 오른 여름 '소설대전'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정식발매 전 5만 세트 중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국내외 인기 작가들이 새 작품을 속속 내놓으며 소설시장을 달구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신작 발매일이 오는 12일로 확정되면서 올여름 서점가를 수놓을 작품 라인업이 거의 완성됐다.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는 서점에 깔리기도 전에 추가 인쇄에 들어갔다.

◇ 프레드릭 배크만·히가시노 게이고 신작

데뷔작 '오베라는 남자'로 재작년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36)은 신작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다산책방)로 돌아왔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할아버지와 손자 노아가 이별하는 방법을 익혀가는 이야기다.

"여기는 내 머릿속이란다, 노아노아. 그런데 하룻밤 새 또 전보다 작아졌구나." 할아버지는 날마다 점점 작아지는 광장의 벤치에 노아와 함께 앉아 있다. 자기가 죽기 전에 손자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설명할 길이 없다. 아내에게 반했을 때, 그리고 아내를 떠나보냈을 때 기억을 더듬는다.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 올까 봐 두렵다.

두 사람은 두려움 없이 작별하는 법을 배우고, 이별하는 과정에서도 기쁨과 희망을 찾는다. 동화 같은 분위기에 마음을 울리는 짧은 소설이다. 작가는 책 앞머리에 "기억과 놓음에 대한 이야기"라고 썼다.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위험한 비너스'(현대문학)를 냈다.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무라카미 하루키를 제치고 최근 10년간 한국에서 가장 많이 읽힌 일본 작가다. 올해 상반기 국내외 작품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었다.

'위험한 비너스'는 38세의 독신 수의사 데시마 하쿠로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면서 시작된다. 아버지가 다른 동생 야가미 아키토의 아내였다. 하쿠로는 몇 년 전 연락이 끊긴 동생이 행방불명됐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야가미 가문 사람들과 다시 얽힌다.

무명화가였던 친아버지와 간호사 출신으로 의학계 명문가에 재가한 어머니, 사라진 아버지의 유작과 16년 전 어머니가 당한 의문의 사고사. 여러 겹의 미스터리 속에 뇌과학의 세계와 로맨스까지 펼쳐진다. 지난해 출간된 현지에선 "수수께끼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 이 소설의 재미"라는 평을 받았다.





◇ 하루키 신작, 정식 발매 전 5만 세트 추가로 찍어

올여름 소설시장의 태풍은 단연 하루키다. '1Q84'(2009∼2010)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2권짜리 본격 장편 '기사단장 죽이기'(문학동네)가 12일 정식 출간 전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초판 1쇄 5만 세트를 준비하고 지난달 30일 예약판매를 시작한 문학동네는 나흘 만인 지난 4일 2쇄 5만 세트를 추가로 찍었다. 정식 출간 전 중쇄는 이례적이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예약판매만으로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 등 인터넷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모두 종합 1위에 올랐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꾸준히 길게 간다는 생각으로 5만 세트를 찍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다. '1Q84'를 냈을 때보다 초기 판매 속도가 더 빨라 보인다"고 말했다. '1Q84'는 1∼3권을 합해 200만 부 안팎 팔렸다.

올여름 하루키 열풍은 지난 2월 현지 출간 때부터 예견됐다. 발매 후 사흘간 47만8천 부가 판매되며 '1Q84' 때 35만 부를 뛰어넘었다. 현지에선 그간 하루키가 쓴 소설의 집대성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난징(南京)대학살 등 일본 과거사에 대한 작가의 '소신'도 담겨 화제를 모았다.



올여름 소설시장은 5월 말 일찌감치 나온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잠'(열린책들)과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가 수위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여기에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한 한국 작가들이 가세한다.

김영하가 5월 말 출간한 소설집 '오직 두 사람'(문학동네)은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하루키 다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김애란이 5년 만에 낸 소설집 '바깥은 여름'(문학동네), 페미니즘 열풍에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민음사)도 선전이 예상된다. 한반도를 주무대로 역사와 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써온 작가 김진명은 오는 10일 장편소설 '예언'(새움)을 낸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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