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먹어 성장 멈춘 아이…5년째 갇혀 사는 로힝야족의 비애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아이가 자라질 않아요. 학교에 보내는 건 꿈도 못 꾸죠…감옥보다도 상황이 더 열악합니다"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 주도 시트웨 북쪽에 있는 다르 파잉 난민수용소에 5년째 수용된 로힝야족 난민 여성 하미다 베굼(20)씨는 수용소에서 낳아 기르는 딸 로스마이다 비비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로스마이다는 벌써 네 살이 됐지만 잘 먹이지 못해 발육 상태는 첫돌을 맞은 아기 수준이다. 언제나 기운이 없는 듯 축 늘어진 아이는 한 번도 뛰어본 적이 없고 뼈만 앙상한 다리로 걸음을 걸을 때면 불안하게 뒤뚱거린다.
말도 어눌하다. 그 또래 아이들처럼 또랑또랑한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고, '엄마', '아빠', '밥' 같은 짧은 단어만 힘없이 내뱉는다.
이런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 하미다의 가슴은 찢어지지만,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가 없다.
AP통신은 이런 하미다 모녀의 삶이 5년째 수용소에 갇혀 지내는 로힝야족의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하미다씨는 통신과 인터뷰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싶지만 이렇게 아프고 심지어 성장도 멈춰 그럴 수가 없다. 이곳은 감옥보다도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라카인주에 있는 14개 내국인 난민(IDP) 수용소에는 14만여 명의 로힝야족들이 하미다 모녀처럼 기본권을 박탈당한 채 5년째 갇혀 살고 있다.
전체 인구 6천여만 명 중 이슬람교도가 약 4%에 불과한 미얀마에서는 다수인 불교도의 이슬람교도 배척이 매우 심하며 그 역사도 수세기에 이른다.
특히 지난 2012년 이슬람교도와 불교도 사이에 종교 분쟁이 발생해 200여 명이 숨진 이후, 미얀마 군부 정권은 소수인 로힝야족을 수용소에 가뒀다.
수용소에 갇힌 로힝야족 난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포함한 기본권을 박탈당한 채 구호단체가 보내오는 원조에 기대 살고 있다.
조상들이 대대로 살아온 고향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 집도 농토도 불교도들에게 모두 빼앗겨 돌아갈 곳도 없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민주화 운동가 출신의 아웅산 수치가 지난해 군부독재를 청산하고 민주정부를 출범시키면서 수용소에서의 삶이 끝날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수치의 문민정부는 로힝야족을 상대로 한 미얀마군의 '인종청소' 시도 주장을 묵살한 채, 유엔이 구성한 국제조사단의 조사마저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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