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서 '셀카 비디오' 찍은 美의원에 비난 봇물(종합)

입력 2017-07-06 08:56
아우슈비츠서 '셀카 비디오' 찍은 美의원에 비난 봇물(종합)

아우슈비츠 "이곳은 무대 아니다" 일침…히긴스 의원, 영상 삭제 후 사과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권혜진 기자 = '스타 경찰관' 출신의 미국 공화당 초선 의원이 폴란드 아우슈비츠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현장 생중계 해설'을 넣어가며 셀카 비디오를 찍어 비난을 사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와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클레이 히긴스(공화·루이지애나) 하원의원은 최근 폴란드 남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방문했다.

히긴스는 홀로코스트 박물관으로 지정된 수용소 곳곳을 돌아다니며 중계를 시작했다.

특히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가스실에서 수용자들이 어떻게 이 시설에 구금돼 집단 학살을 당했는지 상세한 현장 설명을 붙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이곳에선 유럽 전역에서 끌려온 유대인 11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는 각종 고문도구와 학살 장소를 설명하면서 "이곳을 보면 왜 우리 국토 안보가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우리 군이 막강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히긴스는 유대인들을 집단 질식사시킨 감방을 가리키며 "여기서 한 번에 최대 40명까지 밀어넣고는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는 공기를 빼버렸다"고 중계하듯 현장음성을 삽입하기도 했다.

히긴스는 "인간의 잔혹성이 정말 충격적"이라고 말한 뒤 갑자기 미국 내 테러리즘에 대해 설교하기 시작했다.

그는 "2차 대전 때보다 세계는 더 좁아졌다"면서 "미국에는 언제든 이런 식의 테러 접근이 가능해졌다. 이런 식의 공포, 가스실 같은 것도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루이지애나 존 웨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히긴스 의원은 지난달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기독교도들은 이슬람의 공포와 전쟁 중"이라며 "급진적인 이슬람 용의자들이 미국 본토에 들어오려 하는 것을 즉각 거부하고 이들을 다 죽여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히긴스의 비디오에 대해 아우슈비츠 박물관 측은 "모든 사람이 개인적 반응을 할 권리가 있다"면서 "하지만, 최소한 가스실에서는 희생자들을 위해 침묵을 유지해야 한다. 이 곳은 무대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폴란드의 유대교 최고 지도자(랍비)인 미하엘 슈드리흐도 히긴스 의원의 개념없는 행동을 비판했다.

그는 "여기는 묵상하고 생각하는 장소이지 비디오를 촬영하면서 자신의 성명이나 발표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아우슈비츠와 가스실을 정치적 관점을 표현하기 위한 장소로 사용한다는 생각 자체가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히긴스 의원은 의원실을 통해 성명을 내고 사과했다.

히긴스 의원은 당시 "겸손한 마음"으로 비디오를 촬영했다고 강조하면서 "의도치 않게 고통을 야기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 해당 비디오는 삭제했다"고 밝혔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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