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시위' 지시한 文대통령, 베를린 와서는 다시 '대화' 강조

입력 2017-07-05 23:41
'무력시위' 지시한 文대통령, 베를린 와서는 다시 '대화' 강조

대화와 협상 통한 '평화적 해결' 의지 원칙론 재확인

슈타인마이어 獨대통령과 '과감하고 근원적 비핵화 추진' 공감

(베를린=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독일 공식 방문에 돌입한 문재인 대통령이 5일(이하 독일 현지시간) 북핵과 한반도 안보문제를 놓고 여전히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출국 하루 전 북한이 감행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에 맞서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시위'를 지시하는 초강수를 두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독일 방문 첫날인 이날 재독동포 200여명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북핵 문제와 한반도 안보 문제에 대해 저와 새 정부를 믿으시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힘을 실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대화' 언급은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 실험 이후 한반도 주변의 긴장이 고조되는 흐름과는 동떨어진 측면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는 당장 북한과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이 아니라 북핵과 한반도 문제를 다뤄나가는 원칙론적 입장을 확인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바꿔 말해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대해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가하겠지만, 궁극적으로 북핵과 한반도 안보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화와 협상 프로세스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라는 얘기다.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과감하고 근원적인 북한 비핵화 추진'을 강조하고 긴밀한 협력과 소통을 다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북한이 대화의 장에 복귀하도록 강도높은 압박과 제재를 가하되, 북한이 대화에 응한다면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단계적·포괄적으로 핵 폐기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언급에는 주변 4강(强)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자신감이 묻어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반도 문제에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으로부터 '주도권'을 확보한 것에 크게 고무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연합방위 ▲남북대화 재개 ▲한반도 평화통일 분위기 조성 등에 있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명시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를 다뤄나가는데 있어 '한·미 공조'의 틀을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북한이 여전히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지만 한·미간의 공조는 아주 굳건하고 갈등요인도 다 해소됐다"고 말했다.

이는 앞으로 대북 압박과 대화의 '투트랙' 대응에 있어 한·미간 긴밀한 협력과 공동대응이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독일 방문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외교' 지평이 4강을 넘어 유럽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 이어 유럽의 맹주국인 독일과 한반도 문제 해결의 기본원칙과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함으로써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이니셔티브가 크게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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