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대륙간탄도미사일 갖춘 핵잠수함 탑승…군전력 점검

입력 2017-07-05 20:39
마크롱, 대륙간탄도미사일 갖춘 핵잠수함 탑승…군전력 점검

헬기 타고 대서양 르 테리블호로 이동…4시간 머물며 핵무기 점검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륙간탄도 미사일(ICBM) 공격능력을 갖춘 핵잠수함에 직접 탑승해 핵무기 체계 전반을 점검했다.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 시정연설 다음 날인 4일(현지시간) 프랑스 서부 브레스트 지역의 군 기지를 전격 방문했다.

이 기지에서 마크롱은 군 고위 지휘관들과 함께 헬리콥터를 통해 대서양에서 훈련 중인 핵잠수함 '르 테리블'(Le Terrible) 호로 이동했다.

르 테리블 호는 핵 추진 잠수함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치를 탑재해 전략 핵무기 공격능력까지 갖춘 SSBN급 잠수함이다. 프랑스는 ICBM 발사 능력을 갖춘 SSBN급 핵잠수함 4대를 비롯해 총 300기의 핵무기를 보유한 세계 제3위의 핵 강국이다.

잠수함 승조원 근무복 차림으로 네 시간가량 잠수함 안에 머무른 마크롱은 군 통수권자로서 핵무기 지휘체계에 대한 보고를 듣고 군의 핵심전력 전반을 점검했다.

마크롱이 취임 후 프랑스의 전략 핵무기를 직접 시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프랑스 대통령들이 취임 후 핵잠수함에 직접 탑승하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은 1974년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에 1박 2일간 체류한 적도 있다.



마크롱은 대선 후보 시절 프랑스군의 핵전력 현대화 의지를 밝혀왔다.

지난 3월 국방 분야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자리에선 "오늘날 많은 나라가 군사력을 발전시키고 있는데 일부는 위협의 목적임을 과시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핵 억지력을 장기적 관점에서 유지해나가야 한다. 해·공군의 관련 능력을 현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위협을 목적으로 한 일부 국가'라는 표현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추진해온 북한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프랑스는 르 테리블 호 등 4대의 SSBN급 핵잠수함에 미래형 대륙간탄도 핵미사일인 M51을 장착하는 등 현대화 작업을 2035∼2048년 사이 순차적으로 마칠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한 임기 중에 폭격기로 투하할 수 있는 중거리 핵미사일 개발 계획에도 서명해야 한다. 프랑스는 드론이나 다목적 폭격기로 투하할 수 있도록 신형 중소형 핵무기의 개발을 2035∼2040년에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마크롱의 핵잠수함 탑승은 예정된 일정이었지만 공교롭게도 북한이 ICBM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직후 이뤄졌다.

프랑스 외무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이 알려지자 성명을 내고 "유엔 안보리 결의들을 중대하고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지역과 국제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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