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원자력 전공 교수들의 '탈원전 공론화' 요구 경청해야

입력 2017-07-05 18:37
[연합시론] 원자력 전공 교수들의 '탈원전 공론화' 요구 경청해야

(서울=연합뉴스) 원자력과 에너지 분야를 전공한 국내외 대학교수 400여 명이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탈원전 정책에 다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성명을 통해 "값싼 전기로 국민에게 보편적 전력 복지를 제공해온 원자력 산업을 말살할 탈원전 정책의 졸속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숙의되지 않은 탈원전 정책은 향후 민생부담 증가, 전력수급 불안정, 산업경쟁력 약화, 에너지 국부 유출, 에너지 안보위기 등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국가의 정상적 의사결정 체계를 작동시켜 충분한 기간 전문가 참여와 합리적 방식의 공론화를 거쳐 장기 전력 정책을 수립하라"고 국회 등에 요청했다. 이날 성명에는 서울대, 카이스트, 부산대 등 국내 56개 대학과 미국 퍼듀대, 미시간 대 등 외국 4개 대학의 전임교수 417명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1일에도 23개 대학 교수 230명이 탈원전 반대성명을 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국내 최초 원전인 부산 고리원전 1호기의 영구 정지 기념식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밝혔다. 탈원전 정책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같은 달 28일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현재 30%가량 공사가 진행된 울산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영구 중단 여부는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시민배심원단이 결정하도록 했다. 이 방침이 전해지자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공사를 영구 중단하면 매몰 비용이 공사비와 보상비 등을 합쳐 2조6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당장 원전 공사현장 근로자들이 임금 보전 대책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고, 인근 주민들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찾아가 항의했다. 특히 고도의 전문성과 판단력이 필요한 원전 공사의 중단 여부를 시민배심원이 결정하는 것을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충분한 사전 논이 없이 발표됐다는 지적은 그동안 야당 등 여러 곳에서 나왔다. 그런데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공론화 방침만 밝혔을 뿐 대체에너지 확보 계획 등은 내놓지 않고 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정책은 백년대계로 검토해야 한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국민 공감대 형성과 충분한 사전 논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다. 사실 원전은 저렴한 발전비용 등 장점에도 불구하고 사고 위험 때문에 불안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민배심원단이 3개월 안에 원전 영구 정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정부 방침은 너무 성급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원전 대신 친환경 대체에너지를 쓰려고 하면 전기료 상승, 가계와 업계의 부담 증가, 국내 원전업계의 경쟁력 약화 등 차분히 따져봐야 할 문제가 많다. 게다가 이 분야 최고 전문가 집단인 대학교수들이 두 차례나 연대해 반대성명을 냈다. 정부는 교수들의 지적대로 국회 등에서 공론화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최종 방침을 정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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