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를 막자] ① 1인 가구 증가…나 혼자 산다? 나 혼자 죽는다!

입력 2017-07-06 06:10
수정 2017-07-06 06:22
[고독사를 막자] ① 1인 가구 증가…나 혼자 산다? 나 혼자 죽는다!

청장년층으로 급속 확산…"죽음 마주하는데 긴 시간 필요하지 않았다"

[※ 편집자 주 = "도시에 많은 사람이 있지만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과 위화감이 든다." 고독사를 연구한 일본의 학자 산시로 마코의 말입니다. 우리나라도 고독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동안 고독사가 핵가족 사회에서 스스로 돌봐야 하는 홀몸노인이 늘어나며 발생한 '노인 문제'로 취급됐다면 이제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전 연령층에 나타나는 사회 문제로 재조명돼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변화에 따른 고독사 실태, 정부의 대비 상황, 먼저 고독사를 겪은 일본의 사례와 대책을 3꼭지에 걸쳐 살펴봅니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미라처럼 바짝 말라 있어서…숨진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지난 3월 다가구 주택 셋방에 밀린 월세를 받으러 갔던 집주인 A씨는 깜짝 놀랐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세입자 김모(53) 씨가 곧 끊길 것 같은 호흡으로 의식을 잃은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극심한 영양실조로 사경을 헤매던 김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두 달간 입원치료를 받은 뒤에야 건강을 회복했다.

김씨는 미장이 일을 했다.

젊은 시절 미장 기술 하나로 혼자 전국 건설 현장을 떠돌며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나이가 50세를 넘어가자 일용직 자리마저 뚝 끊어졌다.

극심한 구직난에 시달리던 김씨는 돈을 아끼려고 쓰러지기 몇 달 전부터 먹는 것을 대폭 줄였다.

하루 한 끼를 라면으로, 때론 한 움큼도 안 되는 건빵으로 때웠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힘이 없어 아침에 눈을 뜬 뒤에도 침대 밖을 벗어나지 못하는 생활이 이어졌고 굶은 지 수십 일이 지나자 아침에도 눈을 뜨지 못했다.

김씨는 "죽음과 마주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면서 "죽음이 느껴질 때쯤 나는 이렇게 죽는데 사람들은 알기나 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쓸쓸한 죽음은 갑작스레 찾아온다.

특히 1인 가구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김씨의 사연은 남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부산에서 최근 한 달 사이 6명이 고독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4일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3년 전 실직한 뒤 혼자 살던 49세 남성이 숨진 지 보름 만에 발견됐고, 하루 전날에는 부산 연제구의 한 빌라 안방에서 71세 여성이 숨진 지 한참이 지나 발견됐다.

고독사는 그동안 '저소득이며, 만성질환을 가진 홀몸 노인'에게만 발생하는 것처럼 취급돼왔다.

하지만 최근의 고독사는 전 연령대에 걸쳐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부산 사례만 보더라도 고독사한 6명 중에 40대와 50대가 2명이나 포함돼 있다. 2015년에는 서울 관악구의 한 고시원에서 고독사한 20대 여성이 보름 만에 발견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런 변화는 1인 가구의 급속히 증가와 관련이 깊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대 9%였던 1인 가구 비율은 2010년 23.9%로 증가했고 2025년에는 31.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인 가구 중에서도 '비자발적 1인 가구'가 고독사와 더 관련이 있다.

구직을 위해 타 도시에서 혼자 사는 20∼30대, 경제 불안·사회 실패로 가족의 해체를 경험한 40∼50대 위기의 중년들, 만성적 빈곤에 시달리는 60대 이상의 노년층들이 비자발적 1인 가구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은 "청장년층의 고독사는 노년의 고독사 만큼이나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면서 "노인층에 초점을 맞춘 지금의 고독사 대책으로는 고독사를 제대로 예방하지 못한다는 말"이라고 밝혔다.

박민성 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중년들은 누구에게 의지하고 기대기보다는 누구를 책임지고 받쳐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다 보니 사회에서 큰 실패를 겪고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쉽게 도움을 청하지 못한다"면서 "지금 이런 계층을 비켜간 고독사 정책으로는 고독사를 막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며 복지 수요는 많아졌지만 사회복지 담당 인력은 제자리걸음이다.

OECD 평균은 사회복지공무원 1명이 담당하는 주민이 70명이지만 우리는 사회복지 공무원 1명이 500명을 담당한다.

우리 사회가 이웃에게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3년 부산 부산진구의 한 다가구 주택 셋방에서 67세 여성이 숨진 지 5년 만에 백골 상태로 발견됐는데 주택 내부에 함께 살던 주민들은 이 여성이 없어진 사실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찾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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