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해도 책 못내는 현실"…권역별 고전번역 '더딘 걸음'

입력 2017-07-05 15:29
"번역해도 책 못내는 현실"…권역별 고전번역 '더딘 걸음'

한국고전번역원, 12개 거점연구소와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한국고전번역원이 2010년 시작한 권역별 거점연구소 협동번역사업을 통해 지난해까지 389권의 번역·교감표점(여러 판본을 비교해 잘못된 점을 바로잡고, 원문에 마침표나 쉼표를 찍는 것) 작업이 완료됐으나 전체의 30%인 119권은 출판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협동번역사업은 수도권, 중부권, 영남권, 호남권 등 권역별로 거점연구소를 선정해 지역 연관성이 있는 문집의 번역과 연구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한국고전번역원은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협동번역사업에 참가하고 있는 12개 연구소 관계자들을 초청해 사업 현안을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사업은 시행 이후 줄곧 예산이 동결되면서 2015년부터 출판지원비 지급이 중단됐고, 지난해부터는 번역의 기초라 할 수 있는 교감표점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권경열 한국고전번역원 성과평가실장은 사업 성과를 소개한 뒤 "출판지원비가 삭감되면서 번역 성과물을 보급하는 데 지장이 생겼고, 연구자 개개인의 실적을 관리하기도 어렵다"면서 "교감표점 작업이 중단돼 연구자들의 업무량이 늘었다는 지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동번역사업이 3단계, 30년 장기 사업으로 기획됐으나, 장기 운영 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실정"이라며 "2년 뒤면 1단계 사업이 종료되는 만큼 2단계 사업 계획을 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승운 한국고전번역원장은 "거점연구소들이 없었다면 문집 번역은 상당히 뒤처졌을 것"이라며 "번역원과 연구소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거점연구소 연구책임자는 "협동번역사업 예산이 늘어날 수 있도록 사업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협동번역사업에는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고려대 한자한문연구소,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 충남대 한자문화연구소, 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 부산대 점필재연구소 등이 참여하고 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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