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도움될까…휴대폰 지원금 분리공시 도입 '탄력'

입력 2017-07-05 11:23
수정 2017-07-05 16:53
통신비 인하 도움될까…휴대폰 지원금 분리공시 도입 '탄력'

삼성전자 입장 선회…미래부도 추진 의지 강력

단말 자급제는 안갯속…제조사·이통사·정부 모두 신중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정부의 통신비 공약 중 하나인 분리공시가 삼성전자[005930]의 동참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통신비 인하의 대안으로 거론된 단말 완전 자급제는 정부와 통신사, 제조사 모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당장 큰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분리공시 입장에 관한 질의에 "정부 정책이 결정되면 따르겠다"고 밝혔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진해 삼성전자 전무는 "국가별로 마케팅 비용 집행이 다르므로 한 국가의 마케팅비가 공개돼 글로벌 차원에서 기업의 경쟁력에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정부의 정책 방향이 결정되면 따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애초 분리공시에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발언으로 기존 입장에서 한발 뒤로 물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분리공시제는 현재 뭉뚱그려 공시되는 이통사 지원금과 제조사 지원금을 분리해서 공시하는 방안으로, 이동통신 유통구조 합리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이다.

2014년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 당시 함께 도입될 계획이었지만 삼성전자 등 제조사의 반대로 막판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부결됐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데다 LG전자까지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통신비 절감 대책을 통해 분리공시 도입 계획을 밝힌 상태다.

유영민 후보자 역시 청문회에서 "강하게 (추진)할 생각"이라며 분리공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분리공시 도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연내 도입전망도 흘러나온다.



국회에는 이미 지원금뿐 아니라 유통망에 주는 판매 장려금까지 구분해 공시하는 최명길 의원의 단통법 개정안을 비롯해 분리공시 도입을 골자로 한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하지만 분리공시 범위를 두고 업계 간 이견이 있어 실제 실현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LG전자는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장려금까지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삼성전자와 이통사 유통점은 마케팅 전략의 노출을 들어 난색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원금만 분리 공시할 경우 음성적인 판매 장려금이 늘어 시장이 더 혼탁해질 수 있다는 우려와 전면적인 지원금 공개는 마케팅 전략을 제한한다는 반론이 공존해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통시장 유통 개혁 방식으로 거론되는 단말 자급제도 관심이 쏠렸지만 통신사와 제조사, 유영민 후보자 모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SK텔레콤 이인찬 서비스부문장은 자급제 도입을 내부에서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근본적인 접근을 하자는 취지에서 하나의 안으로 올라왔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며 "단말 회사, 유통망, 소비자 등 이해당사자가 워낙 얽혀있어 중·단기적 접근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무 역시 "내부 검토는 안 됐다"며 "큰 변화이기에 당사자 토론을 거쳐 실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유영민 후보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개통과 단말기 구매가 분리돼 불편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통신비를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득이 된다"며 "여러 가지를 다 포함해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단말 자급제는 휴대전화 구매와 이통사의 요금제 가입을 구분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복잡한 이통시장 유통구조를 단순화하고, 유통 비용을 줄이는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국정기획위의 통신비 절감 대책 발표 후 근본적인 통신비 인하 방안의 하나로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통신비 절감 대책에서 자급제가 제외된 데다 유통망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여 실제 도입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통사 관계자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지만, 이통사 마케팅 비용의 감소로 유통점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전체 시장을 뒤흔드는 정책이라 정부나 이통사 모두 섣불리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okk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