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에 수입규제 '파상공세'…6월에만 4건 추가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미국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수입규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동시에, 곧바로 우리를 압박할 수 있는 반덤핑·세이프가드 등 각종 수입규제 조사 수단을 함께 동원하는 모양새다.
5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한국산 기계 제품 '원추(圓錐) 롤러 베어링(tapered roller bearing)'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원추 롤러 베어링은 내외륜(內外輪) 사이에 여러 롤(roll)을 삽입한 베어링(회전·직선 운동을 하는 축을 지지하는 장치)을 말한다.
이번 조사는 미국 업체 팀컨 컴퍼니가 제소해 이뤄지게 됐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미국에 7천300만달러 어치의 원추 롤러 베어링을 수출했다.
ITC는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한국과 대만이 수출한 저융점 폴리에스테르 단섬유에 대해서도 반덤핑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미국 상무부(DOC)가 합성단섬유에 대해 반덤핑조사를 시작했다.
미국은 한국을 겨냥해 6월에만 무려 3건의 반덤핑조사를 새로 개시했다. 모두 6월 하순에 집중됐다.
미국 반덤핑조사는 ITC가 먼저 해당 제품 수입으로 미국 산업에 피해가 있다고 판정하면 상무부가 덤핑 여부와 관세율을 정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미국은 반덤핑조사 외에 최근 세이프가드 조치까지 동원하고 있다. 5월 하순 태양광 전지에 이어 6월 세탁기에 대한 관련 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업체에 심각한 피해 발생 우려가 있을 경우 수입국이 관세 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을 통해 규제하는 무역장벽이다.
특정 국가를 겨냥한 수입규제 조치는 아니지만 세탁기와 태양광전지 규제로 인한 피해가 한국 기업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최근 세이프가드 조사는 사실상 '한국 맞춤형 수입규제'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전 세계의 수입규제 건수 가운데 미국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미국이 6월에 우리나라를 상대로 조사를 개시한 반덤핑·세이프가드 등 수입규제는 4건으로 같은 달 우리나라에 대한 각국 수입규제 개시 건수 총 8건 가운데 절반을 차지했다.
미국은 현재 우리나라를 상대로 인도(33건)에 이어 가장 많은 30건의 수입규제를 실시(또는 조사 중)하고 있고 규제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한·미 FTA는 재협상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고 실제로 협정 내용이 수정되더라도 미국이 이익을 볼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한·미 FTA 재협상 카드로 겁을 주면서 한국 수입시장 추가 개방, 미국 시장 내 수입규제 강화 등으로 실속을 챙기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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