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北 이동식ICBM 문턱 넘어…샌프란시스코도 사정권"(종합)

입력 2017-07-05 16:00
수정 2017-07-05 17:58
美전문가들 "北 이동식ICBM 문턱 넘어…샌프란시스코도 사정권"(종합)

"트럼프 북핵 해결 압박 직면, 文대통령 대북정책 운신 폭 제한"

美 군사옵션 가능성은 낮아 "선제타격은 전면전·재앙 초래"

"ICBM 발사는 주한미군 몰아내 北 중심 통일 이루려는 계산" 주장도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권혜진 기자 =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4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 발사와 관련해 점증하는 북핵 위협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미 정부의 대북 압박이 한층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한반도담당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북한이 이동식 ICBM 개발의 문턱을 넘어섰다"며 북한의 미사일 기술 진전에 주목했다.

지난달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한 당국자 3명과 미국 전문가 등의 비공식 접촉에 참석했던 그는 "북한이 고도를 한껏 높여서 미사일을 발사한 데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성-14형의 사정권이 예상보다 넓어 알래스카뿐만 아니라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왔다.

미사일 전문가인 우지 루빈 전 이스라엘 미사일방어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초기 분석 결과만 놓고 볼 때 화성-14형의 사거리는 6천200마일(9천977㎞)로, 샌프란시스코가 사정권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제 북한이 (이런 미사일을) 쏠 수 있을지에 관한 물음은 이제 의미가 없다. 그들은 이미 준비가 됐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수년 내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ICBM 능력 확보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섰다"며 "아직은 재진입 기술을 시현하지 않았지만, 거기까지는 3~4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화성-14형이 기술적 측면에서 진일보하기는 했으나 북한 주장처럼 핵탄두를 ICBM에 탑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독일 우주·방어 컨설팅 기관인 ST애널리틱스의 마크 실러 박사는 북한의 주장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수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그들의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ICBM 개발 완료가 임박하지는 않았다고 해도 이번 실험으로 미 본토 타격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이 배가된 만큼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이 시험은 트럼프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력을 주장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 재무부가 중국의 은행과 기업, 개인 등에 대한 광범위한 금융 제재에 착수하고, 한미 양국의 공동군사훈련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ICBM을 갖는 것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면서 "그는 앞으로 북한 도발에 대응하라는 강한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북한이 ICBM 개발을 완료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북 선제공격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선제타격은 한반도에 전면전을 일으키고 재앙을 초래한다"고 경계했다.

북한 전문가인 대니얼 핑크스톤 트로이대 교수도 "실패가 확실한 군사 작전을 시작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면서 "이는 피하고 싶은 많은 일을 촉발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매닝 연구원도 "주한 미군과 미국인을 포함해 수십만 명의 희생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군사옵션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과 이동식 미사일, 고농축 우라늄 소재지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며 이른바 주요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식 정밀타격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대북정책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운신 폭도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포용을 강화하는 것은 북한 정권을 압박하고 처벌할 필요성에 대한 국제적인 공감대와는 동떨어진 것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의 ICBM 시험 발사가 한반도에서 미군을 몰아내기 위한 계산 하에 이뤄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미국대사는 CNBC 방송에 출연해 "협상에 관한 문제이거나 호전적인 작은 국가가 미국의 공격이 두려워 일으킨 일이 아니다. (북한은) 미국을 한반도에서 몰아낼 수 있는 정황을 만들려는 것"이라며 이 같은 견해를 제시했다.

북한의 ICBM이 미 본토에 떨어져 대규모 자국민 피해가 일어나는 상황을 우려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군 지원을 재고하고, 결론적으로 미군의 한반도 철수 결정을 내리는 것이 북한이 바라는 시나리오라고 힐 전 대사는 말했다.

힐 전 대사는 "그들은 일단 미군만 나가면 자신들 관점에서의 한반도 통일을 이룰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면서 북한의 요구사항에 따라 미국과 한국이 군사훈련을 중단한다고 북한발 위협이 줄어들지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k0279@yna.co.kr luc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