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본토 공격 ICBM 완성시 한미동맹 위협

입력 2017-07-04 18:47
수정 2017-07-04 19:25
北, 美본토 공격 ICBM 완성시 한미동맹 위협

유사시 미군 전력 한반도 전개 난관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주장하는 '화성-14형'을 시험발사한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적안보 지형에서 중대한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이번 발사로 미국 본토에 핵공격을 가할 수 있는 ICBM 기술을 거의 완성단계로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조만간 ICBM의 완전 성공에 도달하면 유사시 미국의 한반도 개입을 억제할 수 있는 전략적인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도달하면 한반도 안보의 골간인 한미동맹이 근본적인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화성-14형은 발사각을 최대한 끌어올린 고각으로 발사돼 최고 고도 2천802㎞, 비행거리 933㎞를 기록했다는 게 북한의 설명이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지난 5월 14일 중장거리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발사한지 불과 한 달 보름 만에 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북한이 공개한 비행 기록이 사실이라면 화성-14형을 정상 각도로 쏠 경우 사거리는 8천∼1만㎞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지금까지 시험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로는 최대치다. 화성-14형의 사거리가 8천200㎞라면 북한 강원도 원산에서 쏘면 미국 서부연안 대도시 시애틀에 닿을 수 있다.

북한이 지난 5월 14일 시험 발사한 '화성-12형'의 경우 정상 각도로 쏘면 사거리가 4천∼5천㎞일 것으로 추정돼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는 못했다.

원산에서 화성-12형을 발사하면 약 3천300㎞ 떨어진 괌 미군기지는 타격할 수 있지만, 약 5천500㎞ 떨어진 알래스카주에도 닿지 못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ICBM으로 미국 본토의 대도시를 타격할 수 있을 경우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어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유사시 미국 본토 대도시에 대해 핵공격 위협을 가함으로써 미국 군사력의 발을 묶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6·25 전쟁 이후 60여년 동안 미국과 군사적으로 대치해온 북한 입장에서는 숙원이 이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6·25 전쟁 당시 미군 증원전력의 개입으로 무력 적화통일을 눈앞에서 놓친 북한은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억제하는 데 군사력 건설의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미국 본토에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전략무기인 핵탄두와 ICBM을 개발하는 한편, 지난 5월 29일 시험발사한 지대함 탄도미사일(ASBM)과 같이 미국 항공모함을 비롯한 증원전력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전술무기를 개발하는 데 힘을 쏟았다.



북한이 ICBM으로 미군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억제할 수 있게 되면 대한민국 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

북한이 한국을 선제공격해도 미국이 한반도에 증원전력을 전개하지 못하는 사태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적의 핵공격 위협 앞에서 동맹국을 보호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심은 과거 냉전 시대에도 있었다. 옛 소련의 핵공격 위협에 직면한 서유럽 국가들에서 제기된 '미국이 파리를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은 이런 의심을 대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달 말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은 북한의 핵공격 억제를 위해 핵우산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했지만, 한국에서는 이에 대한 의심이 확산할 수 있다.

미국의 방위 공약에 대한 의심이 커지면 한국은 한미동맹이 아닌 다른 데서 안전보장 수단을 찾게 되고 동맹의 틈이 벌어질 수 있다.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 동맹 이탈) 현상이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는 미국에 대한 '최후통첩'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공존할 길을 모색하든가, 북한의 핵공격 위협에 상시적으로 노출되든가 양자택일하라는 요구라는 것이다.

한미 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강화함으로써 북한이 핵폐기와 체제 존속 가운데 양자택일하도록 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데 대해 북한이 선수를 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미국은 북한이 한반도의 전략적 지형을 뒤흔들 수 있는 ICBM 확보에 한걸음 성큼 다가간 것을 엄중하게 인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이날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일단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우리 군도 "북한의 주장처럼 소위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능력을 갖췄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한 예비역 장성은 "북한이 ICBM 개발에 성공한다면 이는 사실상 우리 군의 대응 능력을 벗어나는 것"이라며 "한미가 공동으로 안보전략적 측면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핵탄두를 탑재한 ICBM이 발사되기 전에 선제타격을 가할 수 있는 '킬체인' 전력 구축에 양국 군이 공동으로 협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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